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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 여름밤 아카시아 Feb 26. 2022

꿈을 짓다

이상주의자의 꿈이란 

글을 쓰기 전의 설레는 마음이 계속 글을 쓰게 한다. 꿈이 작가였지만 한 번도 나의 꿈이 작가인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그냥 작가가 될 것 같다는 나의 말은 거칠게 들릴 수 있겠지만 어렸을 때의 나는 내가 왠지 작가가 될 것 같다는 나에 대한 삼자적 관점에서의 통찰이 막연히 들었었다. 삶이란 것은 어떤 강한 원심력에 의해 추동해가는 메시지이고 그 전속력이고 싶어 하는 힘의 메시지를 가져다줄 인부는 유일하게 작가적인 삶이다라는 그런 운명론적인 생각을 품어왔던 것 같다. 나는 사실 글쓰기보다는 살아오는 내내 사람이 궁금했다. 나는 나만큼 어려운 것도 복잡한 것도 이 세상에는 없으며 내가 갖고 있는 이 수많은 나의 모습을 글로써 여러 개의 삶으로 분할해  원고지 위에 옮기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는 의지박약과 강박 사이에서 늘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사람으로만 매달려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했다. 허비한 것인지 어떤 준비단계를 그리도 오래 뜸을 들이며 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나의 머릿속은 매번 어떤 정체성 안에서 질문을 하고 그것에 그 화자가 듣고 싶었던 대답을 골라주는 세상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것은 희극 같기도 희열 같기도 했지만 누군가의 뜨거운 심장이 내고 싶어 하는 목소리이기도 했다. 글쓰기를 포기하고자 할 때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이미 나는 뼛속부터 사람의 잠재능력에 대한 보석을 캐내고 싶어 하는 탐구자이고 누군가를 지치게 할 만큼의 집요한 성실성을 끝내 놓을 수 없는 태생적인 인부이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포기할 수 없는 근성이 나의 문제였다. 나는 이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선하고 가장 원대한 것들이 주는 영향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과 연결되어 나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 보이고, 증명해내고 싶었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진동으로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싶었다. 



작가라는 삶을 바라보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내가 글쓰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내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람이고 아직 사람만큼 귀중한 것을 이 세계 안에서 발견하지 못했는데 사람인 내가 사람 안의 것을 통해 누군가와 연결되는 뜨거운 경험을 한다면 그것은 물질적인 것 이상의 어떤 의미를 지구에 값어치 있는 흔적으로 남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이다. 나는 순수하게 의미에 의해서 삶을 자각하는 심적 인 미학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물론 나의 생활은 물질적인 세계에 의지해 있지만 내 정신의 견고한 다리는 현실을 지탱하는 의미와 직행한다. 나에게 글쓰기는 그 다리의 역할이었다. 희뿌연 안갯속에서 갑자기 나를 향해  내민 흰 꽃을 든 손에 놀라면서도 반가워하는 것처럼 글쓰기의 역할은 불확실을 걷는 존재를 향한 두드림에서 찾아지는 의미의 발견이었다. 이런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 당신은 너무 이상적인 사람 같아요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이상적인 사람은 위험하다. 현실적이지 못한 꿈을 꾸느라 인생을 헤매이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뜻이 그의 말 중간중간에 읽혀지는 것 같았다. 그는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세계는 그런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것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 앞에서 이런 고민을 해보았다. 이상적인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 세계가 이 정도에 와 있지 않았는가 하고 말이다. 이상이라는 사람이 품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것들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과연 어디에 도착하기 위해 사람 안의 기억 속에서 잃어버린 별을 두드리며 매번 시도해 나가겠냐는 것이다. 결과는 이상주의적일 수 없어도 모든 시작은 이상주의적인 생각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순수한 나의 이상에서 시작한 글들은 현실에 사는 누군가를 위해 오랫동안 지어진 이미 완성되어진 꿈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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