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가는 유럽의 성당, 광장, 박물관 말고 나만의 여행지를 찾는다면
"이번에 유럽 여행 다녀왔다며? 어디가 좋았어?"
하는 질문에 잠시 고민했던 경험이 있는가. 또 거기 뭐가 있냐는 질문에 '보편적인' 필수 관광 코스를 읊어준 적이 있다면 다음번엔 나만의 여행지를 찾아 떠나보는 게 어떨까.
여행은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들 말한다. 그 말이 맞다. 가보고 싶었던 장소를 찾아가고, 그 와중에 길을 잃고, 버스를 잘못 타고, 친절한 현지인을 만나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진정한 나, 진정한 삶을 찾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목적했던 곳을 발견하고 마주했을 때가 여행에서 가장 도파민이 솟아오르는 시간이다. 오는 길이 고되고 지쳤더라도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순간이며, 탐험하기 직전의 흥분이 온몸을 지배한다.
하나의 인상적인 공간이 열 군데 관광지보다 기억에 남는다. 영감을 주는 건축물은 당신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의외로 큰 감흥을 얻지 못하는 경험 한 번쯤은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도 충분히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여러 사람이 추천하는 곳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관광지가 된다. 하지만 단기간에 주요 도시들을 위주로 둘러보는 한국식 유럽 여행 특성상 유명한 광장, 성당, 박물관을 잇따라 방문하게 된다.
고딕 양식, 바로크 양식... 좋은 건 알겠는데, 솔직히 건축사에 큰 관심이 있는 게 아닌 이상 갈수록 고만고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남들은 좋다는데 난 잘 모르겠더라' 하는 문제가 이 때문에 발생한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러 가듯이 건축물을 감상한다는 개념이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딱히 의식하지 않고도 건물의 입면에 뚫린 창에서 운율감을 느끼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빛이 만들어내는 음영을 감상한다. 현대 건축은 가장 기초적인 요소들로 우리에게 내재된 미의식을 자극한다.
건축은 인간의 행위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둘러싼 모든 환경을 포괄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가장 익숙한 모든 요소가 탐색의 대상이 된다. 계단, 창, 벽 등이 그렇다.
고딕 성당의 리브 볼트, 클러스터 피어, 플라잉 버트레스 등의 요소들에 비하면 훨씬 친숙하다. 그렇기에 근현대 건축물은 현대인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근대 건축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부터 자하 하디드, 렘 쿨하스에 이르기까지.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계적인 거장들이 설계한 유럽의 건축물들을 통해 숨 쉬듯이 쉽고 자연스러운 공간 경험을 향유하러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