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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ful Clara Mar 27. 2024

아이들과 건강식

아이들은 맛있어야 먹는다!

어른들은 몸에 좋다고만 하면 쓰디쓴 100프로 케일주스도 벌컬벌컥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음식의 맛과 질감이 맘에 들지 않으면 손도 대지 않는다. 좀 덜 신선한 고기나 제철이 아니어서 어딘가 부족한 맛의 과일처럼, 미세한 차이도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손길을 주지 않는게 아이들의 미각이다.

스무디 준비. 푹 익어버린 바나나^^;;  당도가 높아 스무디 만들때나 베이킹에 사용할때는 완벽한 정도이다.

블랜더를 꺼낸다. 신선한 시금치 두 세 주먹 가득, 잘 익은 바나나 한개, 플랙씨드 1 테이블스푼(아마씨.식물성 오메가3가 풍부하다.), 시원한 물 적당히 그리고 냉동 파인애플과 복숭아도 한 주먹 넣어 본다. 블랜더에 곱게 갈아 맛을 본다. 음~ 꽤나 달달하고 시원한 초록 주스이다. 아이들은 "그린주스~!" 하며 한컵씩 즐겁게 마신다. 

아이들에게는 눈으로 봐서 예쁜 색이 환영받는다.


'시금치 맛이 너무 많이 나지않을까?' 비교적 "건강식"이라고 여겨지는 음식을 주게 되면 괜시리 눈치를 보게된다.(비단 그린주스의 경우만이 아니다) 속으로는 언제 퇴짜 맞을까 조마조마 하지만 당당한척 해야한다. 한컵을 싹 비워도 "오~최고야!" 하며 호들갑은 떨지 않는다. 건강한 음식을 다 먹으면 힘든 일을 이겨냈다는 듯 사람들의 칭찬을 받는 것도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이들은 정말 맛있어서 다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잘 먹는 건강식 팁을 얘기하자면 충분히 맛이 있어야 한다! 식사는 적당한 간과 풍미를 주고 스낵과 디저트는 충분히 달콤하게 만든다. 오일도 부족하지 않게 써가면서 요리한다. (좋은 질의 오일을 사용하면된다.) 밖의 음식이나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처럼 과하게 짜거나 달지는 않게! 적정선을 찾는게 처음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지만 반복을 통해 배우게 된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다 보면 파는것 만큼 달고 짜게 만드는 일도 쉽지 않다는걸 알게 된다. 도대체 밖의 음식은 소금이나 설탕을 얼마나 넣는거야!!?) 


건강하게 먹인다고 이것저것 다 빼고 밍밍하게 아이 음식을 만드시는 분들도 더러 봤다. 영원히 이유식이 지속되는 것 마냥. 아이는 커가지만 식단은 제자리이다. 밖의 음식을 맛보는 나이가 되면 아이는 집에서 부모가 주는 밥과 외식 사이에 선을 긋게 된다. 집에서 만든 수제 간식과 시판 간식을 구별하기 시작한다. 약간 과장하자면 홈메이드 음식은 만든사람을 생각해서 참으며 먹게 되고 외식은 포상을 받듯이 여기게 된다. 모든 부모님들이집에서 음식을 한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면 좋겠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던간에 원료는 분명 더 심플 할 것이고 재료의 질도 조금 더 나을 것이다. 맛있게 만들자!


수퍼푸드로 알려져 있는 "대단한" 재료를 아이에게 꼭 먹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주 다양한 재료를 시도해 보는 것을 권장한다. 나는 주로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본 신선한 채소와 재료들을 매일 요리에 사용한다. 나 스스로도 새로운 식재료를 시도하는 것에 거부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탐험 기회를 제공해 주려고 노력한다. 부모 마음에 "이걸 과연 먹을까? 난별로던데...이걸 먹겠어?" 하는 것들도 종종 아이들에게는 먹힐 때가 있다는 것! 

브로콜리니

예를 들자면, 오래전에 브로콜리니(사실 굉장히 맛있음!)가 집앞 마트 세일 목록에 들어가 있어서 구입한 적이있다. 브로콜리보다 줄기도 길고 어찌보면 섬유질이 더 많아서 아이들이 먹기 불편할거라고 판단했었다. 잘 씻은 후 너무 굵은 줄기는 두세갈래로 나눈다. 많이 뻣뻣한 끝부분은 미련없이 잘라낸다. 프라이팬에 오일을 살짝 두르고 약불에 굽기 시작. 익어갈 때 즈음 다진마늘을 충분히 넣어 살짝 향을 입히며 익혀주고 소금 후추로 간을한다. 약간의 버터로 마무리. 딱딱하지는 않게! 그러나 무르지는 않은 아삭할 정도의 식감을 남긴다. 하나씩 맛을 본 아이들은.. 웬걸.. 아이둘이 서로 더 먹겠다고 브로콜리니 쟁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 후로 브로콜리니는 우리 아이들이 최고로 사랑하는 채소중 하나가 되었다.


많은 부모들이 하는 말.. "우리애는 채소/고기 안 먹어요." "우리애는 이거 안 좋아해요" 등등.. 본인의 아이들을 제한하기 시작하며 한번 실패했던 재료는 다시 시도하지 않는다. 신선한지, 얼마나 익혔는지, 구웠는지 쪘는지, 어떤 질감으로 준비했는지, 어떤 양념을 했는지에 따라서 재료의 맛은 천차만별이 되는데... 너무 빨리 포기해 버리고 바깥음식을 매일 식단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해서 입맛이 바뀌는 아이들은 더욱더 집에서 만든 음식을 잘 안먹게 되는 악순환을 겪게된다. 부모와 아이 두쪽 다 난감한 상황이다.


아이들처럼 까다로운 고객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신경쓸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부모가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재료와 방법을 동원해서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아이들도 즐겁게 입을 여는(?)날이 올거라고 믿는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이가 안 먹어서 성질나는 날도 많고, 지난번에는 잘 먹었던 음식을 오늘은 손도 안대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그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 와중에 부모의 요리실력도 함께 올라갈 것이고 음식을 통해 아이와 애정도 쌓을 수 있으며 점점 스트레스 없이 아이 음식을 준비할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다.


아이들은 짭짤하다고 좋아하지 않는다. 달달하다고 좋아하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한다! 부모의 정성까지 들어간다면? 물론 최고!


*요리를 잘 해주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데에 있어서 최고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부모와 보내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겠죠. 저에게는 그 매개체가 요리인 것이고 어떤 분들에게는 다른 의미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이 글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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