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료와 닭고기
닭고기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가장 익숙한 재료 중 하나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단순한 형태로 소비되는 재료이기도 하다.
배달 치킨, 닭볶음탕, 찜닭, 삼계탕. 조금 더 신경을 쓰면 닭고기 냉채나 초계탕 정도가 떠오른다. 익숙한 음식들은 많지만, 닭고기가 가진 가능성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도 좁은 범위 안에서 닭을 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집에 손님을 초대할 때면 우리는 값비싼 식재료를 먼저 떠올린다. 소갈비, 스테이크, 값비싼 해산물등.
하지만 장을 보고 나면 재료비는 금세 늘어나고, 맛은 있지만 이미 아는 익숙한 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좋은 메뉴는 '가격표'가 아니라 요리에 대한 창의력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손님 초대 음식으로 자주 닭고기를 고르는 이유다.
소고기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지만, 생각의 안전지대를 조금만 벗어나면 근사하고 이국적인 손님초대 메뉴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닭고기는 향이 강하지 않아 어떤 양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마치 흰 도화지 같은 재료다. 어떤 색을 입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요리가 된다.
닭고기에 타코 시즈닝을 뿌려보면 멕시칸 메뉴가 되고, 큐민과 시나몬등을 더하면 중동의 향기가 난다. 간장과 생강을 더하면 일본식 닭요리가 되고, 오향(five spices)을 입히면 중국식 풍미를 낸다. 요거트와 향신료에 재우면 인도식 치킨요리가 되고, 레몬과 허브를 더하면 지중해식 요리가 된다.
닭고기 하나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할 수 있다.
채소와도 유난히 잘 어울린다. 파프리카, 양파, 버섯, 주키니 호박, 토마토, 가지. 어떤 채소든 함께 요리하면 보기도 좋고 맛의 균형 역시 좋다. 그래서 손님상에 올렸을 때 색감이 아름답고, 한 접시만으로도 풍성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요즘은 손질된 닭다리살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가슴살보다 촉촉하고 맛이 깊으며, 약간 오래 익혀도 크게 퍽퍽해지지 않아 초보자에게도 부담이 적다. 가슴살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다.
한입 크기로 썰어 꼬치에 끼우면 향신료&허브 양념에 따라 동남아식 사테이도 되고(chicken satay), 중동의 케밥도 되고, 그리스의 수블라키도 되고, 일본의 야키토리도 된다.
뼈가 붙은 홀 레그 치킨은 간단한 향신료&허브 양념 후 그대로 구워내기만 해도 제법 근사한 메인 요리가 된다.
맛있는 식탁은 값비싼 재료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평범한 재료를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작된다.
경제적인 닭고기는 충분히 멋진 음식이 될 수 있고, 향신료와 허브는 그 닭고기를 가장 자유롭고 매력적인 재료로 바꾸어준다.
https://youtu.be/QLvxZ-Snz9A?si=-OQs1ia7tii0CR9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