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풀며 스트레스 풀며
“엽떡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려.”
조금만 매워도 젓가락을 놓던 아이는 어쩌다 엽떡 마니아가 되었다. 친구들과 가장 자주 먹는 메뉴는 마라탕과 엽떡으로 그녀는 주기적으로 엽떡을 먹어줘야 한다.
하지만 나와 남편은 엽떡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엽떡을 처음 먹은 날을 잊을 수 없다.
“이건 음식이 아니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쌓일 것 같았다. 남편은 엽떡을 먹으면서 화를 냈다.
엽떡을 먹고 싶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를 위해 나는 종종 발품을 팔아 떡볶이를 사다 준다. 딸아이는 콧물인지 눈물인지를 흘리며 엽떡을 먹는다. 떡볶이를 핑계로 울고 싶은 걸까. 엽떡을 먹은 후 식탁은 휴지로 가득하다.
하지만 떡볶이를 먹은 후 그녀의 표정은 확실히 밝아졌다. 적어도 그녀에게는 확실한 스트레스 해소법인 것 같다.
“엄마, 엽떡에 밀키트도 팔던데...”
밀키트가 있다고?
밀키트라면 집에서 먹고 싶을 때 바로 조리해서 먹을 수 있겠네?
뜨거운 떡볶이를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오는 것도 찜찜했었는데 나에게도 딸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냉동으로 판매하는 밀키트를 구매한 후 열어보았다. 분말 소스, 떡, 어묵, 소시지, 극소량의 치즈가 들어있다. 심플하구먼.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먹고 싶을 때 언제든 만들어 먹을 수 있겠어.
재료와 소스 양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수 있으니 좋군.
엽떡 밀키트를 사 온 날. 딸아이를 위해 치즈를 듬뿍 넣은 맞춤 떡볶이를 만들었다.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1. 물을 끓이고 분말수프를 넣는다.
2. 떡, 어묵, 소시지를 넣는다.
3. 마지막에 치즈를 넣고 녹여준다.
그녀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식은 엽떡(그래도 매우 좋아했지만)이 아닌 치즈가 주~욱 늘어나는 따끈한 엽떡을 먹으면서 환호했다.
밀키트의 가격은 9천 원으로 엽떡을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하는 중독자에겐 고마운 제품이다. 야채나 사리를 추가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다음엔 딸아이가 좋아하는 치즈떡을 넣어 만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