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아닌 날 더 맛있는 토란국
“추석엔 토란국을 꼭 먹어야지.”
일 년에 딱 한 번, 추석에 토란국을 끓인다.
결혼 전엔 토란국을 먹지 않았다.
어머님께서는 추석 땐 꼭 토란국을 끓여야 한다고 하셨다. 결혼 후 해마다 추석이면 토란국을 끓인다. 하지만 추석에 토란국은 인기가 없다. 어머님만 토란국을 드시고 남은 토란국은 모두 어머님께 싸 드렸다.
추석엔 막 부쳐 낸 전이나 평소엔 먹기 힘든 고기반찬에 손이 간다. 디저트로 송편까지는 먹어줘야 한다. 거기에 토란국을 곁들여 먹기는 쉽지 않다. 통통하고 꽉 찬 토란은 그 모양새만 봐도 배가 부르다.
그러니 느끼함을 잡아주는 나박김치 정도라면 먹겠지만 토란국은 멀찌감치 밀어놓게 된다.
올해는 시아버님께서 아프셔서 추석 음식을 만들어서 시댁에 가져가기로 했다.
‘힘든 어머님을 위해 토란을 가득 넣은 토란국을 끓여야지.’
* 토란국 끓이기
1. 깐토란은 소금물에 10분 데쳐서 찬물에 헹구고 한 입 크기로 자른다.
2. 참기름 두르고 소고기와 무를 넣고 볶는다.
3. 물을 붓고 무가 익을 때까지 팔팔 끓이고 까나리액젓이나 국간장으로 간한다.
4. 손질된 토란을 넣고 다진 마늘과 파를 넣는다.
다른 해보다 토란을 더 넉넉하게 넣었다. 토란이 팔팔 끓으면서 뽀얀 국물이 우러나왔다.
잘 익었는지 먹어보려고 뜨거운 국에서 토란을 건져냈다.
“앗 뜨거워!"
토란이 너무 뜨거워서 꺼내놓고 한 김 식혔다.
쫄깃하고 달큰짭짤한 토란을 먹자 눈이 동그래졌다.
따끈한 고깃국물에 토란을 얹어 먹으니 입안 가득 행복감이 차 오른다. (뜨거운 토란을 쑥 넣었다가는 입이 데일 수 있어요.) 냄비 안에서 토란을 하나 둘 집어 호호 불며 먹다가 결국 토란국을 한 대접 가득 먹었다.
‘토란이 이렇게 맛있었어?’
지금까지 기름진 음식에 밀린 토란국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있었던가? 토란에게 미안하게도 없었다.
공복에 오직 토란국만 먹어보라. 토란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은 초간장에 찍어 먹어야 맛있다고 하지만 나는 순수한 토란의 맛이 더 좋다. 간간하게 고깃국물이 배인 쫄깃하고 담백한 그 맛이 좋다.
가을이 제철인 토란은 환절기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 토란의 뮤신 성분은 위장에 좋고 소화 기능을 돕는다. 식이섬유가 많아서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다. 혈관 건강, 뼈 건강에 좋고 면역력을 강화 시킨다.
동글동글한 토란의 모양이 보름달을 닮았다. 송편이 달 모양인 건 알았는데 토란도 달 모양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