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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손내밥 Oct 31. 2024

소중한 텃밭 채소

어여쁜 자연의 색

“내 천직을 찾았어. 농사야.”

올해 초 텃밭을 분양받은 그녀는 텃밭 가꾸기에 진심이다. 매일 텃밭에서 자라는 식물 생각에 행복하다고 하니 그녀 안에는 농부의 피가 흐르는 게 확실하다. 

“전에 준다던 토마토는 언제 주는 거야?”

오랜만에 만난 언니가 텃밭 자랑에 한창일 때 심통이 난 듯 물었다. 


“여기저기 나눠주고 보니...”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는 말끝을 흐린다.


“너 시간 있어? 지금 텃밭에 가자. 있는 거 따 줄게.”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그냥 해 본 말이야. 

싫다는 내 손을 끌고 언니는 일어난다. 

“시원한 카페에서 차 마시고 싶어. 텃밭에 끌려가고 싶진 않다고." 

입이 방정이다. 


“왕복 한 시간이면 될 거야. 얼른 가자.”

언니 차를 타고 서오릉 근처 텃밭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리니 사방이 밭이고 하우스다. 한바탕 비가 왔었는지 바닥은 질척이고 후끈한 공기가 훅 올라온다. 


서오릉엔 매번 빵 먹으러만 왔었는데. 이런 곳이 있었군...


차에서 내린 언니는 내게 챙 넓은 모자를 건넨다. 본인은 얼굴을 죄다 가리는 마스크가 붙은 모자를 찾아 쓴다.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꺼내 신고는 진흙 길을 저벅저벅 걸어간다. 

“얼마나 오래 있으려고 이러는 거야? 그 모자 쓰면 앞은 보여?”


텃밭에 도착도 안 했는데 벌써 덥다. 모자 안으로 땀이 고인다. 내 운동화는 진흙으로 질척거린다. 

으악. 내 신발. 난 돈 주고 하래도 안한다. 


하우스를 따라 쭉 들어가니 그녀의 자랑거리인 텃밭이 보인다. 

“와~ 다양하게도 심었네?”

다섯 평 텃밭 안에서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다. 앙증맞은 호박, 자그마한 파, 주홍빛 방울토마토, 알록달록한 고추, 보랏빛 가지까지. 

초록빛 이파리 위로 알록달록한 채소들이 돋보인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보라색 선명한 자연의 색이 어여쁘기도 하다. 자연의 색과 향기 안에 서 있으니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솜털이 송송 난 토마토 줄기에 손이 간다. 만져보니 보드랍다. 손에서 향긋한 풀 냄새가 난다. 

텃밭 안에 가득한 초록 에너지는 자석처럼 나를 끌어당겼다. 이것이 자연의 힘이구나. 조금이나마 언니의 마음을 이해했다. (아무리 그래도 난 텃밭 체질은 아니기에...)


내가 텃밭을 구경하는 동안 언니는 이것저것 따서 봉지에 담았다. 자연의 향내가 폴폴 나는 봉지를 받아안으니 미소가 절로 났다.



소중한 채소를 어찌 먹는 것이 좋을까. 찬물에 살살 헹군 후 씹었다. 

‘아삭’ 

자연의 상큼한 향과 즙이 입안에 가득 찬다. 여리고 신선한 에너지가 온몸에 퍼지는 듯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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