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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어둠인 교회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


지난 주일 [지평너머교회] 설립예배를 드렸습니다. 12년 4개월 동안 [말씀샘교회] 이름으로 예배하던 걸음을 멈추고 [지평너머교회] 이름으로 첫 예배를 드렸습니다. 설립예배지만 [설립예배]라는 현수막 외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예배, 아주 소박하고 단순한 예배, 동시에 나름의 결연함이 배어있는 예배를 드렸습니다. 소중한 사람들,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당연히 지금의 교회 현실을 얘기했습니다.
지금의 한국교회 현실은(모든 교회를 싸잡아 말할 수는 없으나) 2700년 전 이사야 선지자가 활동하던 당시의 이스라엘과 비슷하다고. 이사야 선지자가 “너희가 어찌하여 매를 더 맞으려고 패역을 거듭하느냐. 온 머리는 병들었고, 온 마음은 피곤하였으며,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것이 없이 상한 것과 터진 것과 새로 맞은 흔적뿐이거늘 그것을 짜며 싸매며 기름으로 부드럽게 함을 받지 못하였도다.”(사1:5-6)라고 에는 아픔을 토로했는데 지금의 한국교회가 딱 그렇다고. 발바닥에서 머리끝에서 어디 한 군데도 성한 곳이 없다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기는커녕 세상의 웃음거리와 걸림돌이 된 지 오래라고. 아니, 언제부터인지 교회는 세상의 어둠이 돼버렸다고.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면, 하늘과 산과 마을의 작은 집들에는 빛이 가득한 반면 십자가 종탑이 높이 솟아있는 교회에는 빛이 없는 어둠뿐인 것처럼 지금의 한국교회가 그렇다고.

이사야 선지자는 이스라엘이 그렇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소는 그 임자를 알고 나귀는 그 주인의 구유를 알건마는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도다.”(사 1:3)
그렇습니다.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해서> 이스라엘이 그리 된 것이고, 지금의 한국교회가 그리 된 것입니다. 특별히 하나님을 오해하고, 예수님을 오해하고, 성경 말씀을 오해했기 때문에 발바닥부터 머리끝까지 성한 곳이 없는 것이고, 세상의 어둠이 된 것입니다. 여기저기 구멍 난 곳을 땜질하는 것으로는 회생을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지고 무너지고 부패하고 황폐해진 것입니다.

세상의 어둠이 돼버린 교회! 참으로 당혹스럽고 부끄럽고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일입니다만 이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문자에 갇힌 사람, 자기 확신에 갇힌 사람, 눈먼 믿음의 사람들만 보지 못할 뿐.

목회 인생 막바지에 지평너머교회를 설립한 것도 사실은 이처럼 당혹스럽고 부끄럽고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현실을 박차고 일어서기 위해서입니다. 겸허히 제로 포인트에 서서 하나님과 예수님과 성서와 세계와 세상을 다시 읽고 질문하기 위해서입니다.

탐구의 정신과 질문하는 영혼을 잃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두려움 없이. 겸허하게. 소풍 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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