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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명 Apr 19. 2024

간절히, 가고싶다.

<임영웅 콘서트 티켓, 사기사건>

  새해 첫 날부터 경찰서로 향했다. 수사과에는 긴 테이블이 있었고 앞에는 컴퓨터 2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담당 형사님께서 두꺼운 서류를 들고 오셨다. 그는 작성하라는 말만 남기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서류에는 피의자 피해자 등 모르는 말들로 가득했다. 일단 내 이름과 주소를 포함한 양식에 필요한 부분을 채워 나갔다. 10분 뒤 형사님이 돌아오셨고 서류를 찬찬히 살펴보더니 피의자 서류에 이름을 잘못 적었다고 했다. ‘진작 알려주시든지’ 생각하며 다시 서류를 작성했다.      


“아이디가 해킹되었고 피해자가 더 있으니 철저히 수사 부탁드립니다.”

“일단 본인 사건에 집중하시고 수사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맘 카페에 우수회원의 글이 올라왔다.


  <임영웅 콘서트 표 2장 필요하신 분. VIP 10구역 2열 2연석을 정가로 판매합니다. 2장 연석 구매시 판매합니다.>     


 “그 표 제가 사겠습니다.”     


  메시지를 보냈다. 상대방의 즉각적인 답장, 마음에 들었다. 티켓 수령 방법은 배송 주소를 변경해주는 조건이었다. 주소와 연락처가 문자 메시지를 교환했고 변경된 주소가 적힌 구입내역표가 메시지로 왔다. 친한 언니들에게 드디어 일산 콘서트를 구했다고, 그것도 정가에 갈 수 있다고 자랑했다.     

  

“좌석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어요.

가시고 싶으신 분은 빨리 한 자리 값을 입금해주세요“     


  언니 중 한 명이 본인도 가고 싶다며 나에게 바로 돈을 입금했고 35만원을 상대방 계좌로 바로 입금했다.     

“혹시 티켓 VIP 2자리 더 안 필요한가요?”     


  상대방이 이어서 보내 온 메시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임영웅 콘서트는 같은 이름으로는 하루에 2장만 예약이 가능하다. 뭔가 잘못됨을 느끼고 보내준 티켓 내역을 다시 살펴봤다. 내가 성공한 다른 지역 콘서트 표와 비교해 보니 숫자배열이 달랐다.     


“지금 도로가 눈이 와서 운전 중 입니다. 추가 2장은 생각해보고 입금하겠습니다.”     


  그제야 35만원을 환불요청을 하려 전화를 했다. ‘뚜뚜뚜’ 신호음만 들렸다. 순간 ‘당했구나. 가출 한 정신이 현실로 돌아왔다. 이 모든 일이 단 1시간 사이에 이뤄졌다. 전화한통 해보지도 않고 상대방의 무엇을 믿고 돈을 보낸 건지…….      


  맘 카페는 같은 지역에 사는 엄마들끼리 정보를 교환하는 곳이니 안전한 곳이라 믿었다. 괜히 혼자 믿고 싶었나보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믿음이 깨어지는 순간 나의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믿음과 배신이 한 공간에 존재했다. 생각해보면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섣불리 돈을 보낸 내가 잘못이지만 억울한 마음과 자신에 대한 원망도 함께 섞여 있었다.       


  그 뒤로 한 번 더 콘서트 표를 사기 당 할 기회가 있었다. 이번엔 ‘직접 가지러 갈게요.’하니 ‘멀리 있어 택배로만 가능하다고’ 말하는 상대방의 말에 사기임을 눈치 챘다. 시간이 흘렀지만 경찰서에서는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다. 그 범인은 지금도 임영웅 표로 사기를 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표를 산 사람들은 당한 지도 모르고 오매불망 표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을까? 임영웅 콘서트는 피켓팅으로 유명하다. 매 콘서트마다 대기만 몇 만 명이 몰리니 표구하기가 하늘 아니 먼 우주에서 별을 따는 일 보다 더 힘들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 가진 자와 뺏는 자 두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내 것을 지키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비록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것이 돈이든 사랑이든 무엇이든 잘 지킬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뉴스에 나오는 보이스 피싱 사건은 나와 전혀 관계없는 일, 다른 세상의 일이었다. 하지만 어디 홀린 것 마냥 돈을 입금하고 있는 모습에 이번엔 큰 금액은 아니라고 다행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직접 당해보니 보이스 피싱도 나를 빗겨 가리라 장담할 순 없었다.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내가 더 정신을 차리고 살아가야지.       


  얼마 전 받은 문자 한통,     

귀하께서 접수하신 사건에 대하여 각종 SNS 계정을 압수수색하여 계정 수사, 통신 ip 수사, 연결계좌 수사 하였으나 주범을 특정할 수 없었고, 최종 자금은 국외로 송금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 사기죄의 공소시효가 10년임을 감안~


항상 귀하의 가정에 평안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범인은 결국 잡지 못했다. 평안하지 못하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물론 남을 속이고 등쳐먹고 배신을 하고 나쁜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또한 그 사람들을 잡아 영웅이되는 사람을 탄생시킨다. 대한민국 경찰 아저씨  조금만 더 힘을 내주세요. 영웅이 콘서트표 사기 범인을 잡아 진짜 영웅이 되어주세요. 공소시효가 10년임을 감안하여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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