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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움과 네고티움

by 이효명

오티움은 라틴어로 휴식 시간을 넘어 정신적 성장과 창의적인 충전을 위한 고요한 시간이나 활동을 뜻합니다. 유유자적한 삶을 의미합니다.


네고티움은 라틴어로 일, 업무를 뜻합니다. 오티움과 반대되는 단어로 분주함, 바쁘게 하는 일, 시간표와 스케줄, 의무와 제약으로 이루어진 삶을 나타냅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오티움과 네고티움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삶을 이상적인 것이라 믿었습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지금 오티움을 잃어버리고 네고티움 만으로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1월 1일, 달력에 빨간 표시로 쉼을 보장받은 날입니다. 아침, 로랑스 드빌레르의 <모든 삶은 흐른다>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오티움과 네고티움에 관한 용어에 대한 설명이 나왔습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로마식 유유자적은 타인과의 신경 쓰이는 관계, 해야 하는 역할, 일상과 사회에서 하는 노력에서 해방된 시간을 가리킨다. 하지만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제대로 자신만의 삶을 살지 않는다.



오늘 네고티움을 버리고 오티움을 즐기려고 했습니다. 사회에서 주어진 역할에서 해방되어 확실한 휴식을 취하려고 했습니다. 아침부터 가족들에게 엄마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떡국을 준비했습니다. 강아지가 애절하게 쳐다봅니다. 견주로 산책을 시켰습니다. 남편과 함께 애견 동반 가능 커피숍에 앉았습니다. 올 겨울 수술을 앞두고 있는 어머님께 전화가 옵니다. 신랑과 어머님, 아버님이 심각하게 전화를 주고받습니다. 병원비가 걱정인가 봅니다. 남편에게도 이미 오티움은 멀리 떠나간 듯합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나만의 삶을 살 수 없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져봅니다. 책에서 저자 로랑스 드빌레르는 다시 말합니다.


바캉스 때도 심지어 은퇴 후에도 주말에도 여전히 네고티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바캉스라는 용어도 라틴에 바카레에서 나왔다.
바카레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 비어있는 상태,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바캉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철저히 혼자여야 한다. 주변을 비우고 요청, 부탁, 질문에서도 벗어나 지신이 존재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타인의 시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생각해 보니 휴가 기간에도 늘 업무전화를 손에 놓지 못했던 남편, 저도 늘 사업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서 아무 생각 없이 쉬어본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합니다.

부탁, 요청, 질문에서도 벗어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삶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 결혼을 하고 누군가의 아내, 엄마, 사회생활, 등 온갖 관계 속에 살아가고 있는 지금 오티움을 추구하는 삶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작가는 답해줍니다. 철저히 혼자여야 한다고.


곧 아이의 겨울방학이 시작됩니다. 엄마들이 가장 싫어하는 방학기간이긴 하지만 평상시 늦잠을 자주 자는 아이 덕분에 방학을 즐기는 순간도 있습니다. 바로 아침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집니다. 고요한 새벽시간을 즐깁니다. 그 시간만이라도 아무 걱정 하지 않고 오직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인 네고티움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인 오티움이 바캉스의 기본 개념이 되어야 한다.
모든 분주함과 성과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바캉스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일도 해야 합니다.
쉼도 가져야 합니다.
각자의 역할도 해야 합니다.
그 역할에서 벗어나 자유롭기도 해야 합니다.
어떤 삶을 사는 게 좋은 걸까요?

고대 로마시대에도 오티움과 네고티움이란 단어가 있었다는 말은 그 시대 사람들도 지금 시대의 워라밸처럼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한 흔적이 아닐까요? 아마 정답은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행복한 하루를 사는 게 정답인 거 같아요. 2025년 매일매일이 감사로 시작되어 행복으로 끝나는 하루가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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