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재, 그리고 나

뜻하지 않은 경험에도 배움은 있다

by 전석표

2025년, 햇빛이 더는 내게 살갑지 않다고 느낀 해가 있었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정직했다고 믿어온 인생이 한 번 크게 꺾였다고 느낀 시간이었다. 그 일 이후로, 삶의 난이도는 분명하게 달라졌다.


처음엔 과장이라고 생각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말도, 가만히 있어도 몸이 떨린다는 말도, 음식 냄새만 맡아도 속이 불편해진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한 번의 큰 사건을 지나고 나니, 그 모든 말들이 파도처럼 현실로 밀려왔다.


사람들은 그 시간을 삼재라고 불렀다. 믿지 않으려 했지만,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니 마냥 우연이라 넘기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겹쳐 있었다. 이직 실패로 인한 공백기, 무수한 잔병치레,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그래서 올해는, 좀 덜 맞을 준비를 해보기로 했다.


무방비로 버티기보다, 스스로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 쪽을 선택해보려 한다. 완전히 극복하겠다는 다짐보다는, 흔들리더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쪽에 가깝다. 그 첫 번째 선택으로, 나는 이 기록을 본명으로 남기기로 했다.


필명으로 시작했던 글쓰기를, 이제는 내 이름 석자를 걸고 이어가려 한다. 이건 용기를 내보이기 위한 선언이라기보다, 도망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세운 기준에 가깝다.


앞으로 이 브런치북에는 소설 대신, 지금의 나를 적어두려 한다. 삼재라 불리는 이 시간을 지나며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또 흔들리는 과정을 기록할 것이다. 비슷한 시간을 건너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는 마음으로 '나의 삼재 극복 도전기'를 시작한다. 이미 한 번 꺾였지만, 아직 다 꺾이지는 않았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