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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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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주 May 02. 2024

나 대신 나를 봐주는 누군가

책덕의 피드백클럽 5회 차를 지나오며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을 받았다.

"악어식당의 2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첫 번째로 든 생각은 일단 '20년이나 존재했다는 것에 축하를', 

그러고 나서 든 생각은 '그러게?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가볍게 떠오르는 대로 얘기해도 좋다는 민트리의 말에 주저 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음악, 언어, 음식, 공간이라는 뜻의 악어식당이니까, 예를 들어 스페인어로 된 스페인 음악을 들으면서 스페인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거야.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서 오래된 식당, 작은 가게, 역사 깊은 건축물까지 보면 악. 어. 식. 당. 의 절정이겠네. 악어투어를 만들어야겠다. 주식회사 악어식당 어때? 평소엔 모여서 언어 스터디를 하고, 주말엔 쿠킹클래스가 열리고, 음악 들으면서 와인 마시다가 여행 계획을 짜는 거야.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작년 여름, 악어식당 피드백클럽 1회 차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은 식당을 만들고 브랜드로 가꿔가는 길목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차였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오긴 했는데, 이게 맞나?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SNS는 어떻게 하는 거야, 등등 혼자 하는 일들에 확신이 없을 때도 많았고 어느 순간 정체기가 온 것 같기도 했다. 마침 책덕의 피드백클럽을 만났고 나 대신 나를 들여다 봐주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나는 정작 나를 제대로 보지 못 할 때가 많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다 보면 어떤 틀 안에 갇히기도 하는데, 외부의 시선으로, 세밀한 부분부터 장기적인 관점까지 설계도를 받은 느낌이랄까. 


피드백클럽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되 더 나은 방법,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준다. 남들이 이렇게 하면 된다고 하는 것일지라도 부자연스럽다면 안 하는 편이 낫다고 말해준다. 내가 하지 않을 것 같은 행동을 하라기보다는 나라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준다. 나보다 더 나에 대해 깊이 고민한 거 아닌가 싶을 만큼 피드백클럽 5회 차 동안 그것만 고민하는 사람 같았다.


나 개인적으로는 매번 인사이트를 얻고 실행해 보며 한 발 앞으로 나간 듯하다. 영상 편집을 한 번 하면 오래 걸리고 제대로 하고 싶어서 하나 올리기가 힘들었는데 피드백을 받은 후 훨씬 쉽게 영상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인스타도 마찬가지로 의무감과 불편함이 막 피어오르려고 할 때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것들이 실제로 중요하고 그것들을 표현해 나가는 각자의 방식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적절한 시기에 피드백클럽을 만난 것 같다. 내 대신 20년 후까지 내다봐주는 누군가가 정확하고 부드럽게 제시해 주는 가이드라인이라면 얼마든지 따를 마음이 있다. 다음 스테이지에서 또 시도해보고 싶은데 그때가 언제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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