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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율대디 Feb 20. 2022

1. 돈을 알아야 투자를 하지!

- 화폐, 그 첫 번째 이야기

(1) 알고 싶은 것과 알아야 하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자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단연 '사야 할 것'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아파트 매매가가 많이 오른다고 하면 일단 어느 아파트를 사야 하는지부터 찾기 시작하고, 분양가가 오른다고 하면 신규 분양이나 분양권, 심지어는 딱지까지 찾아다닌다. 주식시장이 활황이라고 하면 최근 급등하는 종목들에 올라탈지부터 고민하고, 미국 시장이 좋으면 미국으로, 국내 시장이 활황이면 반대로 올라타기 위해 철새처럼 옮겨 다닌다.


 이런 투자로도 단기간 큰 수익을 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방법의 투자가 과연 평생을 이어가는 긴 여정으로서의 투자로서 안전한 수익을 담보할 가능성이 높을지는 의문이다. 남들을 따라 들어가 추세를 타는 매매는 본인의 가치판단이 배제된 상태라 조그마한 충격에도 실수가 나올 가능성이 있고, 손실이 누적될수록 점차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며 스탭이 꼬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투자를 이렇듯 도박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접근한다면, 열심히 공부하며 투자로 꾸준한 수익을 내는 투자자들이 마법사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투자를 일종의 사업체 운영과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본다면, 전혀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된다.


 기업투자라는 것은 기업의 영업과 재무적 성과를 나누어 보상받는 개념이다. 산업의 업황이나 기타 여러 가지 데이터들을 통해서 어느 정도 현황을 파악하고,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확률적인 측면에서 예측해보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요소들을 감안하면,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경제, 투자, 산업, 기업, 정치, 문화 등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을 공부하는 것으로 투자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투자는 공부하듯 접근하는 것이 매우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투자자로서 승률을 높이기 위해 공부하듯 투자에 접근하려고 한다면, 당장 듣고 싶은 이야기만 골라 듣는 것은 그만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이제는 가급적 알아야 하는 것들에 집중하면서 바닥부터 차곡차곡 나의 주관을 세우기 위해 노력해보자.





(2) 투자의 기본 구성요소, '화폐'.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알아야 하고,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기 위해서는 글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만약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서 들을 수는 있지만 말을 하지 못한다면 둘 간의 대화는 극도로 비효율적이거나 아예 소통 불가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또한, 책을 보고 공부를 하려는데 아는 단어가 별로 없거나 숙어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전혀 다른 의미로 곡해한다면, 그건 오히려 모르니만 못한 잘못된 정보 수집으로 이어지게 된다.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면, 늘 그 근간이 되는 기본 요소들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럼 투자의 본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화폐'라고 할 수 있다.


 화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돈의 기원은 모두들 익히 알고 있다시피 물물교환에서부터 시작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 나오던 것이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화폐의 주된 역할은 '교환'이라는 행위에 있고, 그 행위의 의미는 '가치'에 있으며, 목적은 '이익'에 있다.


 애초에 물물 교환은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구하기 위해, 비교적 덜 필요한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는 특정 상품에 대한 서로의 가치평가가 다르다는 점을 이용하여, 나의 생존이라는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교환이라는 행위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점점 사회가 발전하고, 상품의 종류가 다양해지며, 인구도 늘어나고, 공급에 비해서 수요가 자연스레 늘어났다. 어떤 물건을 구하기 위해서 다른 물건을 가져가서 교환을 하려 해도 상대방이 그 물건이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졌을 것이다. 결국 언제라도 그 물건을 구할 수 있는, 모두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무엇인가를 규정짓기 시작한 것이 바로 '화폐'이다.


 화폐라는 놈을 깊게 공부하면 엄청나게 오랜 시간과 정열을 쏟아야 한다. 심지어 이 화폐라는 주제만으로 이루어진 책이 있을 정도이니, 말 다한 거라 볼 수 있다. 화폐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끝마치고 투자를 하려 한다면 영원히 투자를 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지금은 투자자로서 가장 근본적으로 깔고 가야 하는 요점만 찍고 넘어가도록 하자.




(3) 화폐는 편의성, 신뢰성, 탄력성을 가져야 한다.


 화폐는 기본적으로 인구가 늘어나 소비가 늘어나고, 기술이 발전하며, 공급이 늘어나, 전반적인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레 그 총량도 그 수준에 맞추어 늘어나야만 한다. 언뜻 이해가 잘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너무나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과거 원시시대처럼 물물교환을 한다거나 조개껍데기로 상품가치를 메기고 거래를 한다면 지금 사회가 제대로 돌아나 갈까?


 전통적인 가치저장 수단으로써의 대장이라 볼 수 있는 '금(Gold)'을 떠올려보자. 미국의 골드러시를 비롯해, 금에 대한 욕망이 담긴 여러가지 스토리들이 있듯, 금은 화폐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녀석 중 하나이다. 이런 금도 그 자체로 교환의 재료가 되던 금화의 시대를 벗어나, 산업의 팽창을 따라가지 못해 결국 금 본위제도(금태환제)로 넘어갔었다. 그리고 결국은 이마저도 폐지될 수밖에 없었다.


 '금은 왜 화폐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리고 commodity로 바뀌었는가' 하는 의문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산업이 확장하며, 상품의 생산과 소비가 늘어나다 보니, 실물 시장 내의 거래건 수 자체가 굉장히 늘어났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난 거래량을 커버하고, 상품들의 가치를 일정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화폐의 지속적인 발행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결국 늘어난 화폐만큼 더 많은 금을 필요로 하게 되었지만, 금의 생산속도가 산업 전반의 성장을 따라갈 수도 없고, 그 금마저도 화폐로 구매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금의 가격이 고정되어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대로 성장하는데, 화폐의 가치는 금에 고정시켜두려고 했다는 점에서 애초에 구조 자체가 말도 안되었던 것이다. 금과 달러의 1:1 교환을 기본 전제로 하던 금태환제는 달러를 계속 찍어내는 국면에서는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화폐는 제대로 된 상품의 가치를 평가하고 교환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거래해야 할 물건은 점점 많아지는데, 화폐의 수량이 적어지면서, 화폐가 상품의 가치보다 점점 높아진다고 생각해보자.


 화폐가 점점 모자라니 물리적으로 잘게 쪼개던지, 그게 안된다면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 상당히 불편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화폐를 다른 것과 교환하기 싫어진다. 상품가치는 그대로지만 화폐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니 쓰기가 아까운게다. 그럼 자연스레 시장의 거래가 줄어들면서, 경기가 죽어버릴 확률도 자연스레 높아지게 된다.


 그럼 결국 인구 증가, 산업 성장, 이로 인한 공급과 수요의 증가라는 데이터에 맞추어서, 화폐도 거의 동일한 속도로 증가해야만 한다. 현대 사회는 이런 화폐의 기본적인 속성을 감안하여 시장경제에 맞추어 적절한 수준의 통화 발행과 유동성 조절을 이루어가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중앙은행을 두고, 서로 데이터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통화정책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이런 역사를 감안해보면, 화폐는 기본적으로 상품과의 교환에 유리한 편의성, 상품의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신뢰성, 그리고 이를 위해 수요에 맞추어 공급이 늘어나는 탄력성을 가져야만 한다고 볼 수 있다. 해당 전제가 무너지면 애초에 거대해진 시장경제 자체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 여러 국가들이 중앙은행 제도를 두고 서로 긴밀하게 공조하는 근원적인 이유도 바로 이 화폐의 기본적인 속성을 지켜내기 위함이다. 그럼 우리 투자자들이 기본적으로 신뢰하고 가야 할 화폐의 속성은 분명해졌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편의성, 신뢰성, 탄력성이다. 그리고 이런 화폐의 속성을 전제로 깔아 두고 이 전제가 깨어지지만 않는다면, 화폐의 총량은 산업의 사이즈가 커지고, 거래건 수와 총량이 증가하는 국면에서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 볼 수 있다.




 (4) 화폐의 총량이 감소할 수는 없을까?


 화폐의 총량을 줄이면서, 화폐가 가진 신뢰성을 동시에 지켜내기 위해서는, 모든 화폐 보유자들이 동시에 동일한 비율의 화폐를 소각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누군가는 이익을 봐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합리하고 불평등하다. 화폐를 찍어내기는 쉬워도 다시 소각시킨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결국 현대 사회의 통화정책은 음의 방향으로 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 전반적인 산업의 성장과 동행하는 느낌으로 통화공급의 속도를 빠르게, 혹은 느리게 조절하며 꾸준하게 양의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재난이나 자연재해로 본원 또는 협의통화(M0 or M1)에 해당하는 실물화폐 총량이 줄어든다거나, 과도한 부채를 지닌 기업들이 연쇄 파산하면서 부채가 소멸되어 광의통화(M2 or M3) 총량이 줄어드는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는 일시적인 이벤트이며, 특히나 광의통화가 줄어드는 이벤트는 산업 자체의 축소로 성장 역시 둔화되는 상황이라 산업이 재성장 하면 현금흐름이 다시 늘어나게 되고, 반대로 현금흐름을 증가시켜서 억지로 산업을 다시 성장시킬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화폐의 총량은 단기적으로는 줄어들지 몰라도 시장의 존속을 위해서는 계속해서 증가시켜야 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OECD 국가별 협의통화(M1) 총량(좌), OECD 국가별 광의통화(M3) 총량(우), 출처: OECD data

단기간 통화 총량이 특정 사유로 감소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긴 시계열로 놓고 보면, 좁은 의미의 통화나 넓은 의미의 통화나 모두 증가해온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의 유동성이 증가하는 속도가 산업 전반적인 규모가 커지는 속도와 동일하다면 또 다른 의문이 하나 생길 수 있다. 다음에는 이 의문에서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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