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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Sep 22. 2024

제대로 된 사랑은 왜 그다지 힘든 걸까?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차가운 네 눈길에 얼어붙은 내 발자욱"으로 시작하는 대중가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1971년에 나와 지금까지 반세기동안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부르는 명곡이 되어버렸다. 이 곡이 이토록 오래도록 변함없이 애창되는 이유는 과연 뭘까?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예술인 사랑은 그다지 쉬운 게 아니며 이와 함께 돈으로 살 수 없는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이기에 그러할 것이다. 우선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그만한 동기가 있어야 하건만 사랑의 동기 자체도 아무렇게나 생기는 건 아니다. 외모나 지적 능력 혹은 재능 등은 사랑의 동기가 되지만 至高至純함이 없다면 하나의 유희에 불과하다. 게다가 혼자만 그런 마음이 된다고 사랑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기에 둘이서 그런 맘이 합치되려면 산술적으로도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순수함은 사랑의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건가? 만일 순수함이 없다면 사랑의 동기를 채워줄 다른 대상이 나타날 경우 마치 좀 더 번지르한 물건을 쇼핑백에 집어넣는 인간쇼핑이 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고인이 된 한 여성은 혼전에 교제 중이던 한 남성을 버리고 좀 더 비전 있는 남자에게 접근하여 결혼에 성공함으로써 미국의 퍼스트레이디까지 되었다. 그러다 남편이 암살당하자 자신의 동생이 교제 중이던 백만장자에게 접근하여 재혼까지 하게 된다. 그녀가 했다는 사랑은 한마디로 사랑의 옷을 걸친 남자쇼핑이었는지 모른다.


어떤 이들은 마치 권력과도 같이 사랑도 쟁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식으로 얻은 사랑이 과연 사랑일지 의문이다.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한다고 말할 정도가 되기까지에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인내가 요구된다. 어떤 경우는 만났다 헤어진 후 재회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며 그렇게 이루어진 사랑을 지키거나 키워나가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처음 만나 생긴 사랑의 불씨가 모닥불이 되고 횃불도 되지만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폭우가 몰아칠 경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즉흥적인 기분으로만 사랑을 한다면 가볍고 인스턴트적인 사랑도 되며 심할 경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사랑이 되어버리기 한다.


사랑이란 별 다른 제약이 없기에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다면 사랑을 할 자격이 없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얄퍅한 마음일 경우 상황이 조금만 바뀌어도 쉽게 초심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돈이란 것도 사랑을 멀어지게 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우선 남자가 경제적으로 무능할 경우 여자가 돈 많은 상대를 찾아 나서는 일이 있을지 모른다. 반대로 남자가 돈을 잘 벌 경우 많은 여성과 정행각을 벌일 위험이 있다. 전자나 후자 모두 돈 때문에 생기는 추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랑과 결혼은 일치하는 것일까? 인간은 사랑이 없더라도 부부로서 별 어려움 없이 살 수는 있다. 하지만 만일 사랑 없이 무늬만 부부일 경우 그 가정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그러한 가정이라면 그 구성원들은 속을 채워줄 뭔가를 찾아 어디론가 방황할지 모른다. 현재 이혼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인 한 대기업 총수는 사랑 없이 조건으로 만나 가정을 이루다 보니 결국 자신의 빈 공간을 채워줄 다른 상대를 만나 혼외 자식까지 두게 된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여자도 그는 인간 그 자체를 사랑했다기보다 그가 입은 옷인 사회적 지위와 재산을 사랑하지 않았나 싶다.


대학시절 학교 주변 선술집의 벽에 누군가가 긁적여 놓은 글이 기억난다. "사랑 없는 섹스는 무의미하고 섹스 없는 사랑은 공허하다"이다. 사랑이 없더라도 남녀가 만나 육체적인 관계를 하면 생명 탄생한다. 그렇게  탄생한 생명이라면 겉만 멀쩡한 불량품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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