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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 Sep 17. 2023

몸과 마음은 반비례

인바디 체중계로 체크해 볼까요



정성껏 다리 스트레칭을 한다. 낑낑거리며 코어에 힘을 모은다. 온몸을 쭉쭉 다. 오른쪽으로 돌렸다가 왼쪽으로 돌리고 다시 온몸을 뒤틀어주며 ‘으윽’ ‘아이쿠’ 잠깐씩 입도 앙 다문다. 그러다 보면 땀을 뻘뻘 흘려 온몸이 흠뻑 젖는다. 땀을 흘린 몸이 가볍다.




종아리가 뭉치지 않도록 엉덩이에 잔뜩 힘을 주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흙을 밟고 나무사이를 걸으며, 일요일 아침 시간을 채운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기분 좋은 물기가 느껴진다. 스트레칭보다 땀 흘리기가 훨씬 어렵지만 밖으로 나와 걸으면 머릿속이 시원해지며 몸이 가벼워져서 요즘은 걷기도 즐긴다.





책을 읽게 되면서 생긴 습관 중 하나가 운동하기다. 삶의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동생의 권유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바로 세워야 했기에 자기 계발서 위주로 읽기 시작했다. 지금의 책 읽는 습관, 운동하는 습관 모두 자기 계발서를 보면서 몸에 익힌 것들이다. 책 한 권을 읽으면 단 한 가지라도 배운 것을 실천하는 생활을 했다. 새벽운동, 필사, 매일 한 페이지라도 읽은 책 인증하기, 강의 듣기 등등 몸이 알아서 반응하는데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하루를 책으로 채운 시간들을 통해 마음과 몸이 다져지고 나니 한없이 바닥을 헤매던 마음은 건강하게 변했다.




예전에 나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였다. 즐겁지 않아도 즐거운 척, 좋지 않아도 좋은 척. 직업적인 이유도 있다고 생각했다. 백화점 판매직원이었던 나는 일의 책임을 늘 고객, 백화점 관리자, 본사 관리자 탓만 했다.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 아닌 채로 살아왔다는 것도 책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기도 하다. 여성의류판매업에 종사할 때는 돈을 벌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근무했었다. 그러니 당연히 집중하지 못했고 매사 부정적인 마음으로 임했다. 호시탐탐 떠날 생각만 했다.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운영 중인 매장은 수익이 나지 않았고, 결국 폐업을 하며 여성의류매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17년간의 근무경력은 쉽게 다른 직업을 찾아 나서기에 걸림돌이 되었다. 그래서 그냥 직원으로 다시 근무를 했다. 만족하지 못한 직업을 떠나는 날은 책을 읽은 지 1년반쯤이 지나고 아주 우연하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며 책과 연결된 꿈을 꾸며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스스로를 홀대했던 시절엔 몸은 너무 무거웠고, 마음은 한없이 가볍고 허전했다. 가난한 엄마, 무능한 가장이었고 하는 일마다 잘 풀리는가 싶다가도 일은 계속 꼬였다. 혼자 결정하고 혼자 책임져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이만 먹는 게 걱정스러웠다. 또한 여자로의 나, 사랑받고 싶은 나도 한쪽에 처량하게 숨어 있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사랑도, 믿음도 없는 나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관계란 있을 수 없었다. 여러 번의 만남과 헤어짐은 모두 상대 탓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단단하지 못한 나에게 좋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아마 좋은 사람이 왔더라도 알아보지 못하고 떠나보냈을 것이다.


 
어느 날 책에서 ‘현재의 자신은 과거의 자신이 보낸 시간의 결과’라는 글을 읽다가 멈칫하며 지난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 문장을 마주한 날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 곰곰이 생각하니 선명하게 느껴졌고 어리석고 부족했던 나를 받아들이자고 마음먹었다. 과거의 나를 인정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살아갈 날들이 훨씬 많으니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를 다시 만들면 된다고. 지금, 오늘 나에게 달려있는 것이니 용기를 내기로 했다.



이제 시간이 날 때면 많이 걷고 최대한 많이 움직인다. 책을 보며 허전함에 힘들어했던 시간들을 채워간다. 책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마음에 영양을 듬뿍 채운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니 굳어있던 몸이 가볍다.
가벼워진 몸과 단단하고 묵직한 마음으로 활자의 숲을 산책하면 씨줄과 날줄이 엮이듯 촘촘해지는 나를 느낀다.




누군가에게 이젠 온몸으로 체득한 나의 경험들을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다.
마음이 무거울 땐 툭툭 털고 몸이 가볍다고 느낄 때까지 땀을 흘리며 움직여주자고 말이다.
몸과 마음의 무게는 반비례한다. 움직임으로 가벼워지는 몸은 또 다른 것을 가능케 용기를 주고, 그 용기로 단단해진 마음은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게 해 주어 몸과 마음의 선순환을 이룬다. 작든 크든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몸과 마음의 무게를 달아볼 수 있는 체중계를 준비하면 어떨까. 요즘 유행하는 인바디용 체중계면 충분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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