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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올뺌씨 Apr 29. 2022

반려동물 사지말고 입양하라는데...

단, 혼자 살아도 안되고 집도 넓고 경제력도 있어야 합니다.

나와 평생을 함께할 반려동물 이제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많은 사람이 펫샵에서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반려동물을 입양한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반려동물들, 혹은 주인을 못 만나고 길가에서 떠돌이 생활하던 녀석들, 혹은 인간에게 괴롭힘을 당해 마음에 상처가 가득한 녀석들한테 따듯한 주인이 되어달라는 캐치프레이즈였다.


작년 1월, 고양이를 입양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나의 원래 계획은 임시보호하고있는 유기되거나 상처받은 고양이를 데려와서 키우려고 했다.


반려동물 관련 카페나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두세 군데 연결이 됐는데. 차후 간단한 면접이 있을뿐만 아니라 사는 집 사진(환경확인용), 가족관계 증명 가능 서류, 주민등록증 사본, 뭐 이런 다양한 신청 서류들을 요구했다.


이렇게 개인정보를 남발하듯 뿌려도 될까 싶었지만 그래도 좋은 의도로 하는 일이니까 라면서 서류들을 준비했다.


서류를 제출하고 심사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3일 정도만 기다려 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3일이 지나고 나서도 연락이 없는 것이다.


직접 연락해서 물어보니 내가 혼자 사는 터라 분양이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뭐,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했다. 다만 이런 이야기를 내가 연락하기 전에 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후에 추가로 서류를 제출한 곳에서도 감감무소식이었다.


가족관계 증명서에 신분증 사본까지 받아 갔으면 결과 통보는 제대로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몇 번 더 문자로 물어보니 며칠 지난 후에 답변이 왔다.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기분이 팍 상했다.


아니, 그래 상처받은 애들을 위해서 조금 까다롭게 심사하는 건 알겠는데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좋은 의도로 분양받으려 했던 마음이 싹 사그라들었다.


주변에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다른 분들에게 물어봤는데 자기도 심사가 워낙 까다로워서 그냥 펫샵에서 입양을 결정했다고 한다.


‘아니, 집 잃은 애들 많다며? 며칠 내로 맡아줄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당할 위기에 처한 아이들이라며?’


이건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의 경제력이 좀 떨어지고 같이 사는 사람이 없더라도 당장 며칠 있다가 안락사당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그게 아니라면 안락사당하기도 전에 서로 반려동물들의 주인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은 것일지도 몰랐다.


후자라면 다행인데 전자의 경우라면 참… 씁쓸했다.


‘그래, 혼자서는 남자 집에는 분양을 안 보낸다는데 그냥 펫샵에서 분양받자’


즉시 펫샵 검색을 해서 인천에 있는 펫샵에 방문했다.


펫샵에서 데려온 첫날, 여긴 어디?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꼬물거리는 귀여운 아가들이 있었는데 그중 유독 지금 키우고 있는 아메리칸 숏헤어 꼬냥이와 뱅갈 꼬냥이가 나를 보고 방방 뛰어다니며 반겼다.


특히 우리 꼬냥이는 나를 보고 두 팔을 뻗으며 안아달라는 자세로 '먀~ 먀~' 하고 울어대는 게 그리 귀여울 수 없었다.


분양가를 물어보니 둘 다 그리 비싸지 않은 분양가였다.


그 뒤쪽에 있는 다른 아가들은 분양 가격이 상당했는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느냐고 물어보니 품종과 미모의 차이란다.


‘나이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내 눈에는 천사 같아 보이는 이 녀석이 남들 눈에는 예쁜 종이 아니었나 보다.


이리 예쁜데...


냉큼 집으로 데려왔다.


집을 한두 시간 정도 탐색하더니 금방 적응하는 듯싶었다. 나를 언제부터 봤다고 무한한 신뢰를 보이며 옆에 꼭 붙어서 잠이드는 모습이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어릴때는 하루 18~20시간 정도는 잠만 잤던 것 같다.



나와 평생을 함께할 반려동물 이제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요즘은 이런 문구가 보여도 그냥 무시하듯 넘긴다.


 기준에서 나는 반려동물을 들일 기본적 조건에 미달된 사람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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