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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올뺌씨 Apr 30. 2022

새벽에는 배가 고프다

이제는 냉장고에 뭐라도 채워야겠다


아우, 닉값 한다는 이야기가 진짜로 있는 게 올뺌씨라는 닉네임을 쓴 이후로는 밤에 깨어있는 게 당연한 게 돼버렸다.


평소에도 밤공기를 좋아하고, 밤에 유독 정신이 또렷해져서 닉네임을 이렇게 지은 것이기에 닉네임이 먼저인지 내 생활 습성이 닉네임을 짓는데 영향을 준 것인지. 과연 어느게 먼저인지 모르겠다.


이것은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해답이 없는 문제인 것이다.


따지고 보면 닉네임의 영향을 받았건 닉네임이 내 생활 습관의 영향을 받았건 그건 크게 중요치 않은 문제이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이렇게 밤에 깨어있을 때. 항상 배고픔이란 녀석이 찾아온다는 거다.


새벽 2시가 넘어가면 배달음식을 시키기도 애매해진다.


그렇다고 냉장고에 뭐라도 먹을 것이 있으면 다행이련만 우리 집 냉장고는 항상 텅텅 비어있는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래, 언젠가 술에 거하게 취해서 케익이 먹고 싶어서 퇴근길에 케익을 사들고 와서 고장 난 냉장고에 처박아 둔 적이 있었다.


문제는 내가 다음날 일어나서 케익을 사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 채 고장 나서 전원도 들어오지 않는 냉장고에 생크림 케익을 한 달 가까이 방치해뒀다는데 있었다.


딱 이맘때였던 것 같다. 여름은 다가오는데 냉장고는 고장나 있어서 불편함에 이제 냉장고를 고쳐야지 생각하고는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냉장고 안에 새로운 세상이 싹트고 있었다.


천지창조!!


이 순간만큼은 어쩌면 나는 신이 아니었을까!


미생물들의 세상을 창조해냈다. 내 방안의 작은 냉장고 안에!


잠깐 열었을 뿐인데 코와 목구멍을 찌르는 유독가스 같은 게 새어 나오는 듯하여 재빠르게 냉장고 문을 쾅하고 닫아버렸던 기억이 난다.


아들이 잘 살고 있나 놀러 오신 어머니가 냉장고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셨다.


어머니도 내가 창조한 새로운 세상을 보신 거겠지.


그 뒤로 나는 냉장고에 먹거리를 쟁여두지 않게 됐다.


하아, 그래서 나는 이 새벽에 항상 배가 고픈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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