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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있다고 믿었을 뿐 한 동안 꺼내보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무궁무진화

by 무궁무진화

돌아오는 길 장갑 한쪽을 놓쳤다


어라

분명 주머니에 있었는데

머리를 자를 때도

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도

분명 겉옷 주머니에서 꺼낸적 없어

그대로 있었을텐데


카페에서 이발소로

이발소에서 정류장으로

찬찬히 밟으며 찾아본

내 장갑 한쪽


행적을 밟으며

든 생각은 하나,

나는 있다고 믿었을 뿐

한 동안 꺼내보지 않았다


영원할 것 같던 장갑 한 짝

스르륵 눈 녹듯

시간 속 사라진 영원 한 조각


돌아오는 길 다른 나를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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