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본질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저자는 이 물음에 대하여 우선 문명의 소산이라는 견해와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다는 견해가 있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그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합의를 도출할 다른 방법이 없을 때 항상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이 전쟁>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전쟁이 내린 판결은 <정의보다 힘>에 기초한 것이었다는 사실도 덧붙인다. 이렇게 사건의 본질에도 대하여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추측보다 실질적인 결과에 기인하여 귀납적으로 추론하는 것은 바로 영국이나 미국의 경험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 사고의 특징이기도 하다.
몽고메리 장군은 전쟁의 실질적 목적과 이유 그리고 기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분명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전쟁이란 경쟁 관계에 있는 정치 집단 간의 장기 무장 충돌을 의미한다. 전쟁에는 반란(insurrection)과 내란(civil war)이 포함되며, 개인적인 폭동이나 폭력 행위는 제외된다.
전쟁을 위한 대전략(Grand strategy)은 전쟁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민족이나 복합 민족 집단의 모든 자원을 조정-감독하는 것이다. 대전략의 참된 목적은 안전과 영구적 평화여야 한다. 역사적으로 모든 전쟁은 침공의 성격이든 방어의 성격이든 명분상 안전과 평화를 내세운다. 그러나 전쟁의 시작 자체는 어떤 집단의 권력 엘리트들이 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몽고메리가 설정한 대전략의 목적은 장군으로서 승리를 위한 명분을 우선 확보하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이어서 그는 전략이란 무력과 군수품 등의 군사 수단을 분배-적용하는 기술로, 여러 정치적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정의한다. 전술(tactics)이란 실제 전투에서 군사력과 기술력을 배치하고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략은 전쟁 행위의 기술이고 전술은 싸움의 기술이다.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전쟁의 필수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군대의 이동과 화력 그리고 안전이다. 역사 초기 시대부터 이동과 화력과 안전의 필요성은 항상 중요시되어 왔다. 그리고 전역(campaign)이나 전투(battle)의 전략적 배경도 대단히 중요하다. 전략의 목적은 무엇인가? 지휘관이 달성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어떤 목적은 전략적으로 바람직한 것일 수 있지만 전술적으로 동원가능한 병력과 장비로 성취될 수 있어야 한다.
손무가 <지피지기 백전불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다>라고 [손자병법 3경]에서 이야기한 것은 어떤 전쟁의 상황에서도 항상 적용된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병법서는 서양의 병법서보다 한국인들이 전쟁의 전략과 전술을 이해하는 데 보다 명확하다. 물론 몽고메리의 전쟁사는 근대 이후 동원된 여러 전술들의 활용, 예를 들어 장갑차나 무선 통신의 활용과 같은 현대적 전술의 훌륭한 참고서이기도 하다.
중국인들은 명나라 영락제 이전에는 해군력에 대하여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중원을 통일하고 변방을 지키는데 역점을 두었다. 그러나 영략제가 파견한 정화제독의 대명 해군은 그 당시 알려진 전 세계 해양의 반이상을 돌면서 그 위력을 과시하였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해군력의 중심은 서유럽 국가들에게로 넘어갔다. 스페인이나 영국의 군함과 상선들은 전 세계를 돌면서 제국의 식민지를 개척하였다.
역사적으로 해군력은 중동이나 유럽의 전쟁사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페르시아와 전쟁에서 아테네는 기원전 480년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 해군을 격퇴하였다. 로마 역시 남아프리카 상업국가 카르타고의 해군을 격파하고 지중해 전역을 장악할 수 있었다. 영국 역시 1805년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연합 함대를 격파함으로써 영국의 국토를 지킴과 동시에 포르투갈에 상륙할 수 있었다.
몽고메리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모든 역사에서 바다를 장악했던 나라가 결국 우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공군력의 발전 역시 해전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아마 몽고메리 장군은 1976년에 죽었기 때문에 ICBM이나 극소음속 미사일, 무인기, 드론, 레이저 무기, 정찰 위성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그 다지 충분한 정보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도 2차 대전의 경험을 통해 공군력의 우위가 가지는 전략적 중요성에 대하여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다음에 논의할 주제는 제너럴십으로 즉 장군의 본분에 관한 것이다. 전쟁은 어떻게 보면 장군과 장군의 전쟁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누가 장군이 되느냐? 어떤 사람을 지휘관으로 발탁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이것은 현대 경영전략론에서 논의되는 리더십의 본질과도 연결된다. 제갈공명 역시 그의 병법서에서 가장 먼저 장군을 선별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제너럴십은 모든 병법이나 경영 전략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