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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 병법과 현대 경영 전략 6

세분화된 산업에서의 경쟁전략

by 박종규

이번 에세이에서는 고대와 현대를 비교하는 서술방식과 반대로 현대 경영 전략과 고대 중국 병법과의 연속성 혹은 불연속성을 세분화된 산업이란 범주에서 그 전략을 비교해 보기로 하자. 마이클 포터는 [경쟁전략]의 2부 본원적 산업 환경에서 9장 세분화된 산업에서의 경쟁전략을 제시한다. 사실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는 과거 그 어느 사회보다 더 세분화된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앞에서 강태공은 오도의 두 번째와 세 번째를 천시와 지리의 형세를 파악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것은 포터가 산업 환경을 먼저 분석한 다음 전략을 짜는 것과 유사하다.

포터는 현대 사회의 세분화된 산업은 중요한 구조적 환경의 하나로 그 안에서 다수의 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시장의 상태를 먼저 분석한다. 세분화된 산업에서는 누구도 뚜렷한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업계의 성과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만한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에 삼성전자가 몇 년 전만 하더도 가장 많은 시장 점유율을 가진 회사였으나 중국과 대만 그리고 일본의 추격으로 아직 까지는 근소한 우위를 지키고 있는 형편이다.

다른 여러 분야들은 어떠할까? 포터는 1972년 미국 제조업계의 세분화된 산업들의 지표를 중심으로 각 산업과 4대 기업과 8대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분석한 표를 제시한다. 이것은 2025년 기준으로 보면 아주 오래된 수치이나 세분화된 산업의 구조를 분석하는 기본틀을 형성한다. 그 이후 현재까지 세계 시장에서는 더 세분화된 산업 구조와 점유율 분포가 일어났을 것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폰(휴대폰) 시장에서도 노키아-모토로라-엘지-애플--삼성-화웨이로 이어지는 시장 점유율의 변화 곡선을 뉴스에서 많이 접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에 세계 제조업계의 세분화된 산업별에서 점유율 분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자동차 산업은 전체 제조업 시장에서 약 21.4%의 점유율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여전히 전통 제조업 부문은 전체 시장의 약 42.3%를 점유하며, 자동화 및 디지털 전환 추세 속에서도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에 다시 전통 제조업을 부흥시키고자 하는 이유도 일자리가 전통 제조업 분야에 가장 많이 있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 산업(범용 반도체, 바이오-메디컬 산업, 군사-우주 항공 산업, 로봇 및 AI 소프트웨어 산업 등)도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저기술 산업을 능가하고 있다.

산업이 세분화된 상태를 극복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포터는 1부에서 한 산업을 상호 연관된 체계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이미 강조했고, 이는 세분화된 산업에도 마찬가지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을 가로막는 근본적 장애 요인이 제거된다면 그 산업 구조 전체의 변화를 촉발하는 과정이 일어난다. 이는 기업의 경쟁 전략을 넘어 국가의 경쟁 전략으로 연결된다. 전기차의 상용화는 디젤차의 폐기와 하이브리드차의 부상을 촉진했고,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AI 거버넌스의 통합은 아울러 어떤 종류의 에너지를 사용하든 간에 전력 생산의 우위를 점유하는 국가의 상대적 경쟁력 우위를 결정한다.


포터는 세분화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서 1. 철저한 관리 하의 분권화 2. 시설의 표준화 3. 부가가치의 증대 4. 제품 형태나 제품 분할에 의한 전문화 5. 소비자 유형에 따른 전문화 6. 주문제조에 의한 전문화 7. 특정 지역에 대한 집중 8. 철저한 구두쇠 전략 9. 후방 통합을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국가나 기업에서 이런 전략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 이런 전략을 채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가장 적은 투자(에너지)로 가장 높은 효율(가치)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잠재되어 있는 전략 상의 함정이 있기에 다섯 단계의 전략을 제시한다.

1단계: 산업 구조와 경쟁사의 입지는 어떠한가? 2단계: 어떤 이유로 산업이 세분화되는가? 3단계: 세분화 현상이 극복될 수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극복될 수 있는가? 4단계: 세분화 상태의 극복이 기업에 유리한가? 그러한 혜택을 누리려면 기업은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5단계: 세분화 현상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이 현상에 대처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무엇인가? 상세한 내용은 이 책의 번역본(349-351p)을 참조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론서가 그렇듯이 그 이론을 현장에 그대로 적용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에 성공한 사람은 그 사업에 성공할 수밖에 없는 습관과 사고방식과 덕목이 구비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어떤 사업에 실패하였다고 삶의 패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부와 명예가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거나 힘들다면, 언제든지 출가하거나 자연인으로 살면 더 높은 경지의 평정심을 가질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가족이나 친지 때문에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므로 최선을 다하라는 말보다 더 거짓인 압박은 없다. 사람의 뇌는 이미 그만의 최적화된 알고리즘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각자의 뇌에는 새로운 생후배선(LIVEWIRED)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필자가 이 에세이를 연재하는 이유는 우리와 경쟁하는 미국이나 중국 혹은 일본의 최고 경영자나 정치적 리더들과 소비자 집단 혹은 정치단체들이 움직이는 행동 심리의 패턴을 짐작하기 위함이다. 최근에 융합학문으로 행동경제학이나 사회심리학, 인지심리학 분야가 부상하는 경향도 마찬가지의 이유 때문이다. 과연 이런 형세 분석에 기초한 경쟁전략은 중국의 강태공이나 손자의 병법서에서 제시된 군사전략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손자병법]의 세(勢: 형세, 기세, 권세, 세력 등을 의미) 편에서 손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군단을 소부대처럼 다스릴 수 있는 것은 합리적인 조직 편제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무릇 작전이란 정병으로 적군과 맞서고, 기병으로 기습하여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승리를 얻는 자는 그 전술 변화가 마치 천지의 운행처럼 무궁하고, 강과 바다처럼 쉼 없이 출렁이며, 고갈되지 않는다... 음계는 궁상각치우 다섯 가지에 불과하지만, 이 음계가 합쳐서 연주되는 음악은 무궁무진하여 다 들을 수 없다. 색채는 청적황흑백 다섯 가지에 불과하지만, 이 다섯 색채가 조합되고 만들어 내는 장관은 무궁무진하여 다 볼 수 없다."

태공망은 육도의 용도(龍韜: 용처럼 신비하고 변화무쌍한 원리를 사용하는 전략) 편 오음(五音)이란 장에서 이미 손자보다 앞서서 그 원리를 상세하게 논하고 있다. "무왕이 태공망에게 물었다. 십이율(十二律: 중국 음악에서 12개의 기본 음계, 본래 12개의 죽관으로 소리를 내어 12개월을 상징하는데 양에 속하는 6일과 음에 속하는 6 려로 구성됨)과 오음을 잘 들어보고 적군의 움직임이나 승패의 결과를 알 수 있습니까? 태공망이 대답하였다... 열두 가지 기본 음계가 있으나 간추려보면 궁상각치우의 오음이 됩니다... 오음의 바탕이 되는 것은 오행인데 이 오행의 신비로움이란 영원한 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수화목토의 오행은 상극과 상생의 이치가 있으니, 오행 가운데 서로 이기는 형세를 가지고 이기지 못하는 형세를 공격하여야 이길 수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주로 오랫동안 그들의 조상이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연의 변화하는 원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변화하는 현상 가운데 불변의 진리로 생각했다. 음양오행의 원리는 전국시대에 이르러 하나로 결합되기 시작했고, 한나라 이후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한국과 일본의 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동서를 막론하고 보편적 법칙으로 인정된 원리들은 우선 직관과 관찰로 시작하여 귀납적인 추론을 통해 원리가 되고, 그 원리가 다시 연역적인 추론을 통해 미래 사건을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중국에서는 이미 귀남을 통한 원리가 고대에 이미 완결되었다고 생각하나, 서양은 르네상스 이후 인문주의의 부흥으로 새로운 관찰이나 실험에 의해 자연이나 사회 현상의 새로운 원리가 발견된다고 보았기에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으로 세계사를 주도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전혀 문화적 배경이 없는 상태에서 나타나기란 불가능하다. 현대의 경영학은 17-8세기 독일의 상업학이 이론적 기원이 되었으나, 20세기 초 미국의 프레데릭 윈즐로 테일러(Frederick Winslow Taylor)의 과학적 관리론(scientific management: 경제적 효율성, 특히 노동생산성 증진을 목표로 과제 수행의 분석과 혼합에 대한 관리 이론)과 더불어 독립된 분과학으로 사회과학 분야의 첨단 학문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영학의 주요 분과인 경영전략론은 고대의 군사 전략과 근대의 정치경제학의 기반 위에 피터 드러크나 필립 셀즈닉과 같은 학자들이 경영에 전략적 사고를 도입하면서 현대의 이론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군사 전략과 경영 전략이 같은 기원을 가진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 장은 여기서 마치기로 하자. 또 너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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