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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Feb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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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질

1. 기질이 약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돌아가신 큰고모는 나만 보면 그랬다.

‘어이구 저 방안 퉁수~’

동네 꼬맹이들은 골목이 들썩이도록 뛰어다니며 노는데, 우리 조카는 방안에 틀어박혀, 조곤조곤 노는 것 좋아하는 것에 대한 칭찬인지, 꾸중인지를 그렇게 표현했다.

내가 신체활동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기질 때문이다.

왁자지껄 떠들며 노는 것 좋아하지 않는 것은 기질 탓이다.


     

2. 겨울 휴가를 '따뜻한' 곳으로 다녀왔다.

2월 평균기온 16℃, 먹거리, 역사 유적지, 크게 이국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3박 4일 대만 여행.

처음 가는 곳이라 패키지를 선택했다.

패키지여행은 많은 장점이 있으면서 아쉬움도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 시간의 설래임을 누리지 못하는 것, 여행지에서 잦은 이동은 단점이다. 이튿날 화련 계곡을 갔다. 기암괴석과 수직에 가까운 절벽, 도로를 닦으면서 생겨난 전설 같은 이야기. 무엇보다 원주민들이 살았던 흔적이 아련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이렇게 이야기 많은 곳을 버스 타고 올라가서 한바퀴 둘러 보고 서둘러 내려왔다.

아침 일찍부터 해가 저물도록 머물다 와도 부족한 곳을 두어 시간 보고 왔다. 계곡 너머 오솔길로 사냥을 떠나는 원주민이 보이고, 태평양에서 놀던 제비가 곡예 비행으로 집을 찾는 상상을 차창 밖으로 했다.

이런 일정이 힘든 것은 기질 때문이다.

여행의 설래임보다 피곤함이 더 한 것은 나의 기질 탓이다.


     

3. 계절이 바뀌면 가구 배치를 새롭게 한다. 취미다.

소파 위치는 그보다 더 바뀐다. 가족들이 외출 했을 때 싹 해 놓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돌아온 가족 중

‘어? 뭐가 바뀌었네?’

하고 즉시 알아 보는 이가 있고,

‘뭐 달라진 것 없어?’

라고 묻기 전까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있다.

이건 기질 때문이다.

자잘한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기질 탓이다.


     

4. 기질

-(다음 우리말샘) 기질 (명사) 어떤 사람의 타고난 성질. 자극에 대한 민감성이나 특정한 유형의 정서적 반응을 보여 주는 개인의 성격적 소질.     

-(다음백과) 심리학에서 성격의 한 측면.

감정적인 성향이나 반응 및 반응하는 속도·강도와 관련이 있다. 기질이란 말은 한 사람에게 두드러지는 기분이나 기분의 유형을 가리키는데 쓰이는 때가 많다. 이런 의미의 기질에 대한 개념은 2세기에 그리스 의사인 갈레노스가 처음으로 만들어 냈다. 갈레노스는 피·점액·황담즙·흑담즙 등의 4가지 체액이 몸을 이루는 기본이라는 초기의 생리학 이론에서 이 개념을 발전시켰다. 한 개인에게 이 4가지 체액 중 상대적으로 어떤 것이 더 우세하냐에 따라 각각 다혈질(온화하고 쾌활함), 점액질(움직임이 느리고 냉담함), 우울질(우울하고 상심에 잠겨 있음), 담즙질(반응이 빠르고 성미가 급함) 등의 기질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5. MBTI

개인의 성격 유형을 파악(이해)하고, 자기 이해를 높이며 대인관계를 개선하는데 활용한다. 외향(E)과 내향(I), 감각(S)과 직관(N), 사고(T)와 감정(F), 판단(J)과 인식(P) 네 가지 기본 선호도를 축으로 16가지 성격유형으로 분류한다. 이에 의하면 나는 에너지 방향이 내부에 집중하고, 내면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는다.(I) (완벽하게 동의한다.!) 미래지향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며(N), 관계중심적이고 주변 상황을 고려한 판단을 중요시 한다(F). 목적과 방향을 따르며 체계적인 생활양식에 따라 사는 사람이다(J). (이것도 99% 동의!)

즉, 나의 MBTI는 INFJ다. 예언자형이라니? 그렇다 난 뛰어난 통찰력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6. 이제마

-태양인, 상체가 발달하고 하체가 빈약하며, 이마가 넓고 광대뼈가 튀어 나왔으며 눈이 큰 편이다. 폐 기능이 좋고 간 기능이 약한 체질로, 맵고 짠 음식이 맞지 않다. 과단성 있고 행동파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소양인, 눈매가 날카롭고 입이 작으며, 민첩하고 명쾌한 반면 경솔한 면이 있다. 소화기관이 발달했고, 신장 기능이 약한 체질로, 찬 음식을 피해야 한다.     

-태음인, 하체가 발달해 있고, 상체가 빈약하며, 코가 크고 입술이 두툼하며 턱이 뾰족한 편이다. 간이 크고 폐가 작은 체질로, 고단백 저지방 음식이 좋다. 침착하고 인내심이 강한 편이다.     

-소음인, 신장 기능이 좋고, 소화 기관이 약한 체질로, '따뜻한' 성질의 음식이 맞다. 이목구비가 작고 오밀조밀한 느낌으로, 유순하고 침착한 성격을 갖고 있다.     


조선말 이제마는 환자의 체질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야 한다. 같은 질병이라도 타고난 기질에 따라 처방을 달리해야 한다면서 사람의 체질을 4가지로 구분하였다.

그에 의하면 나는 소음인이다. (우리나라 사람 절반이 소음인이란다.)



7. 갈레노스, 이제마에 의하면 세상에는 나와 다른 사람이 3/4이나 된다. MBTI는 더 많은, 겨우 1/16만이 나와 공통점이 있다고 알려 준다. 우리는 보통 이질적인 것에 호기심이나 거부 반응 중 하나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거부 반응이 더 많을 것이다.(나의 경우) 변화를 쫒아 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거부에서 끝나면 좋으련만...

다름을 인정하고 살라고? 세상에 그것처럼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기질이 다른 걸 어떻게 받아 들이라고?     

방법이 있다.!     

내 기질에 꿰맞추려 하지 않으면 된다.        

난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인데, 상대방이 태양인이라면 한 여름에도 ‘뜨거운’ 것 찾을 것이다. 우울질인 사람은 담즙질 인간이 반쯤 미쳐 보일 것이다. ‘왜 그럴까?’가 아니라 ‘그러려니’ 하면 모두가 ‘안녕’하다.   



8. 와이프와 내가 다른 이유를 찾았다. 화련 계곡 가서 힘들어 죽을 지경인 나와 다르게 펄펄 날아다닌 이유를 찾아냈다. 여기저기 많은 것을 볼 수 있어 앞으로는 패키지를 애용한단다. ㅠㅠ

     

※ 안녕-아무 탈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하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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