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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Mar 08. 2024

어쩌다

2. 호할머니

호할머니 별명은 틀림없이 호랑이였을 거예요. 

물론 성씨부터 호랑이가 연상되지만 그보다는, 할머니 한 성깔 하셨잖아요. 

사람 모이는 곳 갈등 없는 곳 없다고 가끔 할머니들 말다툼 있잖아요. 누구네 며느리가 어쨌다는 둥, 그거 며느리 잘못이 아니라 시어머니가 그래서 그래. 아냐, 며느리가 못됐지 뭐.

나중에는 자기 며느리인냥 두 편 세 편으로 갈리어 우기실 때, 그때 호할머니 호령 한 번에 정리 다 되었어요.

‘시끄러워. 해라는 공부는 않하고 쓸데 없는 말다툼만...쩟!’



상황 끝이었어요.

속으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르시죠? 

저는 할머니들 이길 자신이 없었거든요. 

제 마음을 쏙 아시고 제 편을 들어 싹 평정해 버리는 ‘한 성질’ 할머니 그리워요.

그때 할머니 연세가 75. 그로부터 14년이 흘렀네요.

제가 그곳을 떠날 때가 되어 수업이 조금씩 소홀해지다 더 이상 못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리며 할머니 죄송해요 했더니 역시 호할머니, 씩 웃으시며, 괜찮아요.~ 문산에 한글 교실 있다고 하던데.

          

꼿꼿한 허리에 훤칠한 키, 할머니 젊으셨을 때 미스코리아 나가보라고 권유 받으셨죠? 

사람들은 그러잖아요. 겉모습보고 사람 평가하지 말라고. 호할머니를 보고 그랬을까? 싶어요. 성예 할머니 몸이 불편하셨잖아요. 풍 맞았다고 하는 뇌졸중 후유증 때문에. 운동장 돌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업 끝나기를 기다리며 교실 안을 안보는 척 들여다 보는 모습이, 이렇게 표현해서 죄송해요. 할머니들 너무 귀여우셨어요. 아이들 빠져 나가고 할머니들 들어오시고, 우르르 몰려 오셨잖아요. 성예 할머니는 빨리 걷지 못하셨어요. 호할머니가 성예 할머니 걸음에 맞춰 들어오시는 것 다 보고 있었답니다.

성예 할머니는 말끝마다 깍듯하게 ‘언니야’로 보답 하신 것도 알고 있어요. 저 안보는 척해도 할머니들 다 보고 있었어요.

지남 할머니는 왜 ‘어머니’를 ‘아마니’로 쓰시는지, 저도 이해가 안되었어요. 어쩌면 시력의 문제일까도 싶었는데...호할머니가 몇 날 며칠 가르치셔서 결국 ‘어머니’ 쓰시고, 봐 됐지? 되잖아 하면서 지남 할머니보다 더 기뻐 소리지르며 박수치며 하신 분이 호랑이 할머니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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