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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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작업했던 글
[브런치북] 아주 사적인 북경 미술관 이야기 (brunch.co.kr) 이 있었는데, 2024년 버전으로 업데이트 하고 있다. 코로나 지나면서 없어진 미술관도 있고, 최근 현대미술 공부하면서 추가하고 싶은 미술관들도 생겼기 때문.
몰라도 사는데 지장 없지만,
알면 북경의 삶이 더 재미있어지는 그런 이야기, 그런 나들이.
이것은 미술 이야기가 아니다.
예술 이야기는 더 더욱 아니다.
미술관을 목적지로 한 나들이 이야기이다.
도시 내의 유명한 명소를 찾아가듯이, 맛집이나 까페를 검색해서 다녀오듯이, 미술관은 나에게 좋은 외출 목적지가 되었다. 관광명소나 맛집과 달리, 한 번 다녀오면 몇 개월 주기로 새로운 전시가 개최되니 반복해서 다녀와도 질릴 이유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외국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베이징에는 주중대한민국대사관이 위치해 있다는 것도 그렇고, 많은 교민들이 있으니 모국 관련 생활 편의 시설도 많다. 어려움에 처했을 경우 문의할 곳도 많고 축적된 노하우도 많다. 모국어로 소통되는 장소도 많다. 나의 중국 첫 거주 도시가 난징(南京)이었기에 그 차이를 분명히 느낄 수 있다. 난징도 장쑤성(江苏省)의 성도(省都)인 만큼 큰 도시이지만, 간단히 여권 갱신을 하려해도 영사관이 위치한 상하이(上海)까지 고속철을 타고 한 시간을 가야한다.
외국인의 입장이 아니어도 수도는 좋은 점이 많다. 각종 문화시설이 집중되고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은데, 이는 내가 북경으로 이사한 이후에 느낀 여러 가지 차이점 중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전통 예술 뿐만 아니라 현대미술, 해외미술, 아동체험 등 다양하다. 북경이라는 도시가 가지는 상징성과 역사적 의미가 워낙 크기 때문에, 대표적인 관광지인 자금성, 만리장성, 이화원, 후통 등과 먹거리인 베이징카오야, 양꼬치 등만 경험해도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다.
베이징 거주 초기에는 나도 그렇게 유명한 관광지와 맛집을 주로 다녔다. 거주 기간이 길어지면서 좀 더 생활에 밀접하고 친근하면서도 일상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장소를 갈구하게 되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미술관이었다. 특히 한국인 주요 거주지역인 왕징(望京) 가까이에 중국 최고의 명문 미술대학교인 중앙미술학원과 옛 군수공장을 개조해서 조성된 거대한 798예술구가 있다는 사실이 베이징 나들이에 대한 나의 시각을 넓혀준 계기였다.
한국에서 내가 오래도록 거주했던 지역은 서울 송파구, 그래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과천 서울대공원을 즐겨 찾았으며 ‘미술관 옆 동물원’의 대표격인 과천현대미술관을 종종 방문하였다. 또한 직장은 강남구 도곡동이었기에 짬이 날 때마다 가까운 양재동 예술의 전당 전시를 다녀왔다.
얼마 전 내 페이스북에 뜬 10년 전 포스팅 덕에 미소가 지어졌다. (지금은 12년 전 포스팅이 되었다.
당시 직장맘으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시절이었는데, 밀린 개인적인 일들을 처리하느라 얻은 하루의 소중한 휴가 동안 난 그 마저도 '바쁘게' 보냈었네... 뭐가 그리 아쉽고 절실했을까 싶지만, 전업주부인 지금도 이런 삶의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을 보면 개인의 삶의 스타일이 쉽게 바뀌지는 않나 보다. 젊었을 때나 나이 들었을 때나, 직장인이었을 때나 아닐 때나, 미술관은 나에게 숨통을 트이게 하는 나들이였음에 틀림없다.
일단 미술관 안에 들어가면, 걸으면서 천천히 작품 감상해야 하며
작품 설명을 읽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려 노력하게 된다.
때에 따라서는 작가에 대해 사전 조사하며 미리 정보를 읽고 간다.
또한 미술관 근처의 후통이나 까페, 맛집과 연계하여 훌륭한 걷기 코스를 발견하기도 한다.
따라서 걷기와 읽기를 좋아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취미가 바로 미술관 나들이인 것 같다. 와서 살아 보기 전에는 몰랐다. 그렇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간다 해도 선입견과 편견으로 쌓여가는 것이 사람인지라, 중국 그리고 북경이라는 도시에서도 미술관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이제라도 알게 되어 외국살이 일상이 풍성해지는 기분을 한껏 느낀다.
당신이 하는 말이 아니라, 믿는 것이 아니라, 투표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신이 쓰는 시간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 케빈 켈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