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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ia Jul 26. 2024

02. 무무미술관 木木美术馆

친숙함에 이끌려 간 베이징 첫 미술관




木木美术馆

무무미술관 / 목목미술관 / 무무메이슈관

M Woods

주소 : 北京市朝阳区798艺术区中二街D-06号

위챗 공식계정 : MWOODSARTMUSEUM


무무? 목목?

한자표기가 ‘木木美术馆’이니 중국어로는 무무메이슈관, 한국어로는 목목미술관이라고 읽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중국어와 한국어를 혼용하여 무무미술관이라고 말하고 있다. 영어 표기인 엠우즈(M Woods)도 있지만 무무미술관이 입에, 머리에 먼저 자리잡아버렸다. 이 곳 한국인들 사이에서 이처럼 중국어+한국어 혼용되어 발음하는 것이 익숙한 지명이나 단어들이 종종 있다. 우리 큰애 말로는 이런 언어조합들을 ‘끔찍한 혼종’이라며 절래절래 하지만, 확실히 ‘목목’이라는 발음보다 ‘무무’라는 발음이 부드럽고 친근감 느껴진다. 木=나무의 의미이니, 한글과 중국어의 공통발음 ‘무’가 묘한 교집합을 만들어낸다.


언어의 힘

사람을 무장시켜 안심하게 하기도 하고, 무장해제 시켜 불안과 긴장을 주기도 하는 것이 언어이다. 어렸을 적 글을 처음 배울 때, 길거리는 매우 좋은 교실이자 선생님이었다. 대여섯 살쯤 한글 배울 무렵에, 길거리 간판들을 읽으며 재미와 희열을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알게 되는 글자가 많아질수록 안정감과 든든함이 생기는 그 느낌. 그러한 이유로서 중국어나 중국에 대한 사전 지식과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대륙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의 내가 받은 충격과 당혹감은 세월에 꽤 흐른 지금도 강한 인상으로 몸과 마음에 남아있다. 공항에서부터 우리가 살게 될 아파트까지 차를 타고 가던 그 짧은 여정에서 차창밖 세상은 온통 ‘읽을 수 없는’ 것들 투성이였다. 오마이갓… 나 이 땅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지?


“익숙한, 본 적 있는, 읽을 수 있는, 유명한”

베이징으로 이사 후 반년쯤 지난 어느 날, 혼자 수도박물관을 가봐야겠다고 다짐하고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기다리며 마주친 플랫폼 광고가 내 눈길을 확 잡아 끌었다. 중국생활 3년 이상 지난 시점이었지만 여전히 ‘영어’가 중국어보다 0.5초쯤 먼저 다가오던 그 때 그 시절의 반가움!


바로 앤디 워홀 전시 광고였고 지하철이 지나가기 전 아주 재빠르게 사진을 찍었다. 어딘지도 모르는 미술관이었지만 그저 가보고 싶었다는 강렬한 마음이 들었다. “Andy Warhol”이라는 단어만으로 익숙함과 친숙함으로 참 반가웠던 기억… 나중에 검색해보니 내가 사는 지역 왕징(望京)에서 매우 가까운 위치의 미술관이었고, 무무미술관은 내가 북경에 온 이후 처음 가본 미술관으로서 나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2016년 가을,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멍하니 기다리다 순간 눈에 들어온 광고. 서둘러 찰칵!


798예술구 북문으로 입장하면 항상 친근하게 맞이하는 담쟁이덩굴. 덩굴로 뒤덮인 건물을 지나조금만 걸어들어가면 가까이에 무무미술관이 위치하고 있다.


무무미술관은 베이징시 문화국의 공식 인가를 받아 등록된 비영리 민간 예술기관으로 2014년 린한(林漢) & 레이완형(雷宛萤/晚晚) 부부가 설립했다. 베이징 798예술구 핵심구역에 자리 잡은 무무미술관은, 1950년대 군수공장 건물이었다. 

무무미술관은 현대 미술에 대한 독특한 시각과 입장을 보여주는 전시를 개최하고 있으며, 해외 작가들 초청 전시도 자주 진행하고 있다. 예술가, 문화기관 등과 연계해 학술강좌와 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고도 하며. 중국에 글로벌을 기반으로 한 민간 비영리 예술기관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젊고 패셔너블한 설립자 린한 & 레이완형 부부
군수공장부지를 리모델링한 798예술구답게 이곳 미술관들은 공장굴뚝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미술관 입구와 안내데스크


지하철 광고에 이끌려, 베이징에 이사 온 이후 첫 전시 관람이었던 팝아트 선구자 앤디 워홀 Andy Warhol (2016년)


과거 군수공장이었던 무무미술관의 공간적 특징을 십분 살려서 더욱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던 전시 - 미국 아방가르드 사진작가 만 레이 Man Ray (2021년)

2층 전시장 천정의 지붕에서 들어오는 빛 때문에 미술관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한창 코로나 기간 중 정서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었던 전시 - 미국 현대미술가 오스틴 리 Austin Lee (2022년)


커다란 눈을 가진 장난스러운 캐릭터들의 집합으로 색다른 공간감과 색감을 창조하는 헝가리 출생 현대미술가 사볼츠 보조 Szabolcs Bozó (2022년)

기념품샵과 같은 공간을 품같은 공간이 전시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동일한 무무미술관이 맞나 싶게 전시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이다.


파키스탄, 미국이민자, 동성애자, 젊음 - 다양한 키워드를 가진 녹색의 회화, 살만 투르 Salman Toor (2023년)


BTS와 함께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벨기에 예술가, 빛의 특징과 공간을 활용한 설치 미술가 - 얀 베로니카 얀센스 Ann Veronica Janssens (2023년)

기념품샵도 전시관람의 중요한 일부! 작가의 작품이 상업적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 또한 큰 재미이다.




무무미술관도 요즘 트렌드처럼 까페를 품고있다. 미술관에서 직접 운영하는 까페가 아니고 %Arabica라는 까페가 입점하고 있는데, 심플하고 모던한 미술관 성격과 매우 잘 어울리는 까페 브랜드이다. %Arabica는 일본인 케네스 쇼지가 2014년에 교토에 창업한 까페로서, 전 세계 14개 도시에 72개의 매장이 있다고 한다. 이 까페를 접한 한국인들이 %를 ‘응’으로 발음하여 응커피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유난히 맑은 날에는 % 간판에 비치는 하늘과 구름이 매력적이다. / 이 까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말차아이스크림 먹으며 전시의 여운 느껴본다.


나의 중국어 공부 첫 단추가 길거리 간판, 안내문 등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집에 돌아와 단어 검색해 보는 것이었다. 주변의 읽을거리와 문자에 집착했던 취미이자 성격 덕에 지하철역에서 우연한 만남으로 접하게 된 나의 첫 북경 미술관. 무무미술관은 그렇게 나에게 북경미술관 ‘첫정’으로서 자리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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