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은 쉽지 않다
먼 나라에 와 산지, 어언 6개월 차.
한국이었다면 어느 멋진 커리어우먼들처럼 한창 일하고 있을 테지만, 나는 이곳에 와서 전업주부가 되었다.
내가 이곳에 와서 하는 일은 집안일이다.
전업주부. 집안일. 살림. 청소. 요리.
이 전까지는 별거 아니라 생각했던 이 일들이 이렇게 지겹고도, 꾸준해야 하며, 바지런해야 하는 일인지 몰랐다.
벨기에, 그중 브뤼셀의 GDP만 보자면 거의 7만 달러에 다다른다고 한다.
그래서 그만큼 물가가 어마무시하다. 밖에서 외식 한 번 하려고 하면, 2인이면 족히 60유로는 든다. 한국 원화로 따지면, 8-9만 원가량이다. 그래서 여기서의 외식은 1, 2주에 한 번이다.
특히, 나는 집에만 있다 보니 삼시 세끼 집밥을 해 먹어야 한다.
요리해 먹고, 치우고, 다시 또 요리하고 치우고,
단지 먹고사는 일인데 왜 이리 번거로운지 모르겠다.
하루 일과가 먹고 치우고 하다 보면 끝이 난다. 그만큼 먹고사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일까?
요즘 같은 때에는 차라리 회사에서 일하고 남이 해주는 밥을 사 먹던 시절이 그립다.
하지만 또 조금만 더 정성을 들이면 그럴싸하고 맛있는 요리들이 나오기도 하고,
조금 귀찮지만 청소기 한 번 돌리고 나면 어딘가 정돈된 느낌이 든다. 매일 반복되는 일들이 지겨워 조금 미루고 하지 않았더니 쌓였던 쓰레기에서 냄새가 나고 벌레가 꼬였다.
하루도 게을리할 수 없는 살림의 굴레. 마치 나는 수행을 하는 하루들을 살고 있다.
내가 작년즈음 SNS에 써놓은 글을 보니, 이런 글이 있었다.
'나의 삶에 정성을 다해보자'
정성을 다하는 것. 참 번거롭고 번잡하기도 한데, 꾸준히 정성을 다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지금이라도 오늘 저녁 맛있는 한 끼를 위한 장을 보러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