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
<코어 마인드>_지나영, 위즈덤하우스
주변을 돌아보면 아픈 사람 투성이다. 겉모습은 멀쩡한데 속이, 마음이 아프다. 우울하고 불안하고 걱정되고 마음이 평안하지 않다. 몸이 아프면 병원 가서 치료받고 약도 먹는다. 마음이 아프면 어딜 가나? 마찬가지로 병원을 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지 않는다. 왜? 아픈 거라는 자각이 잘 없고, 있다 해도 정신적 치료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두려워한다. 그렇게 그냥 지내다 보니 병이 깊어진다. 물론 몸의 병처럼 자가 치유 능력으로 시간이 지나면 낫기도 한다. 하지만 낫지 않고 오히려 더 심각해져서 죽을병이 되기도 한다. 한국인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해마다 OECD 회원국중 자살률 1위이며, 2021년 13,352명으로 하루 평균 36.5명이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317쪽) 죽음까지 안 가더라도 삶이 불행하다. 그러니 처방이 있어야 한다. 건강하게 살려고 열심히 운동하듯이 마음도 운동과 단련이 필요하다. 어떤 운동을 하고 어떻게 단련할까? 그 방법을 지나영 교수가 여기 <코어마인드>에서 알려준다.
지나영은 한국인 최초로 미국의 존스 홉킨스 의과 대학과 그 연계 병원에서 소아정신과 교수이자 의사로 일했다. 그러다 난치병에 걸리면서 극심한 고통과 좌절을 겪지만 그 병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외상 후 성장’을 얻는다. 삶과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뜻밖의 시련을 겪게 되어도 그 뒤에 희망의 문이 열리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런 후에는 한층 더 성장했다고 밝힌다. 그런 자신의 체험과,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얻은 지식, 경험, 깨달음을 이 책에서 전해준다.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 뜻대로 살 수 있는 내면의 힘, 이것이 코어 마인드다. 이 코어 마인드로 마음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먼저 인간의 마음고생은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알아본다. 우리가 결정을 어려워하는 이유와 해결 방안도 알아보고, 스트레스 관리법도 알려주는데, 평생 쓸 수 있고 효과 만점인 호흡법과 명상법이 있다. 예민해서 피곤하고 힘든 사람들을 위한 처방전도 있다. 사회에서 만나는 무례한 사람들에게서 나를 지키는 방법도 있다.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첫마디 맞장구 요법으로 소통을 하는 법이 있고, 걸핏하면 욱하고 열받을 때는 ‘수박 요법’이 필요하다. 실패를 하는 것이 좋은 점과, 그를 통해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법도 알려준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깔려있는 불안을 호소하는데 그런 사람들을 위한 ‘택시 요법’도 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인 빅터 프랭클 박사의 의미치료(로고테라피)도 전해준다. 걱정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하기보다는 역설적으로 더 많이 경험하겠다고 나서는 방법이다.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것은 세상만사를 해결해 주는 특효약인 ‘감사 요법’이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인생에서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검증된 약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뇌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활성화되고 부정적인 스트레스 반응은 감소한다. 행복 호르몬이라는 세로토닌과 쾌감을 주는 도파민이 증가한다. 강력한 자기 치유의 효과가 있다. 지금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데 집중한다면 마음고생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몇 가지만 부연 설명해 보겠다. 삶에 있어 중요한 결정이나 선택을 해야 할 때는 ‘소크라테스식 질문법’을 통해 답을 찾아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51쪽)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는 상처를 주고받는 일 없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선거 요법’, 즉 ‘선 긋기’와 ‘거리 두기’를 한다.(172쪽) ‘택시 요법’은 불안이 올라올 때 쓰면 좋겠다. 길이 엄청나게 막히는데 타고 있는 택시 안에서 늦었다고 혼자 마음 졸이고 있는 상황이라면, 내가 어쩔 수 없으니 그저 심호흡을 하고 몸을 이완시키면 불안감이 완화된다고 한다. 몸이 뇌에게 ‘지금 불안한 상황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것과 같다고. (266쪽)
이 정도면 삐뽀삐뽀 119 마음병 구급백과라 해도 좋겠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사막에서 헤매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이 책은 오아시스가 되어줄 것이다. 병원 가기는 두렵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고 사회적 시선도 부담스럽다. 그런데 이런 책이 있다니! 그야말로 ‘감사’하다. 마음이 아플 때마다, 힘들 때마다 이 책을 펼치고 해당 부분을 찾아보자. 지나영 교수가 처방해 준 요법들을 충실히 따라 해 보자. 무엇보다 ‘감사’하자. 그 고통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빛이 보일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