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지만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김혜정(오리지널스, 2024)
혜원은 입시 학원 관리팀에서 일하고 있는데, 어느 날 분실물을 찾아가라는 전화를 받는다. 이렇게 시작된 분실물 찾기가 도장 깨기처럼 이어진다. 처음에는 초등학생 때 잃어버렸던 토토로 필통이었고 다음은 중학생 때의 다이어리이다. 그다음은 언제 적이고 무엇일까. 섣부른 추측은 금물이다. 으레 과거에 그랬으니까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는 순간, 작가는 ‘아니 이번에는 달라’ 하듯 새로운 현재인지, 과거인지, 미래인지를 보여준다. 타성을 깨고 관성에서 벗어나 예상과 다른 새로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넌지시 알려 준다. 그러니 실망하지 말라고. 좀 더 견디어 보라고. 그러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그랬다. 그렇게 뒤로 갈수록 재미있었다.
이렇게 독자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작가 김혜정은 대표적인 아동청소년 작가로, 《하이킹 걸즈》, 《판타스틱 걸》, 《헌터 걸》 시리즈, 《오백 년째 열다섯》 시리즈 등 청소년소설을 주로 썼고 《다행히 괜찮은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십 대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하는 에세이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는 어른용 첫 장편인데 역시 청소년이나 30대 이하의 젊은 어른들에게 더 감동을 줄 듯하다. 이전에는 청소년들을 토닥였던 작가가 이제 불혹의 나이가 되어서 어른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다 지나가더라. 견디고 버티다 보면 정말로 괜찮아지는 날이 와.” “그때 내가 있는 곳이 동굴인 줄 알았는데 지나 보니 터널이었어. 정말로 언젠가 다 지나가.”(209쪽) 작품 속 등장인물이 ‘나’에게 해주는 말이다. 이 말에 위로를 받는 독자들이 많을 듯하다. 지금 힘들어서, 너무 힘들어서 다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 순간을 잘 보내고 나면 또 삶은 살만해진다고 작가가 독자들을 위로한다.
이 소설의 최고 장점은 잘 읽힌다는 것이다.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대사도 가볍고 배경도 가볍다. 이런 과거 회귀물은 웹소설, 웹툰, 드라마로 많이 우려대서 이제는 식상하다 싶은데, 그럼에도 잘 읽힌다. 과거 회귀는 여전히 강력한 끌림 요소인 것 같다. 지금의 기억을 가진 채로 과거로 돌아가는 것에 많은 사람이 매혹된다는 것은 그만큼 과거에 후회가 많아서일 테다. 그런 독자들에게 류시화의 잠언 시집인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추천하고 싶다. 후회스러운 과거를 반추하며 얻은 현재의 깨달음을 전해 주는 책이다.
나와 다른 공간에 살고 있는 작가가 나에게 와서 이런 소설도 읽으면서 조금은 가볍게 유쾌하게 부담 없게 삶의 한순간을 보내라고 예쁘게 얘기해 주는 것 같다. 그러면서 웃게도 해준다. “아, 그 주 당첨되었던 로토 번호를 알아 올걸.”(242쪽) 풉. 작가의 유머가 즐겁다. 가볍지만 날아가버릴 염려는 없다. 때로는, 아니 꽤 자주 우리는 무게에 눌리지 않고 덤벙덤벙 생각을 옮길 수 있는 이런 가벼움이 필요하다. 인생 자체가 무거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