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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인 Aug 15. 2024

작은 것들에 숨어 있는 삶의 의미

<이처럼 사소한 것들>_클레어 키건(다산책방 출판, 2023)

“모든 아동을 똑같이 소중히 여기겠다는 결의를 천명한다.”

이 책의 맨 앞부분에 나오는 <아일랜드 공화국 선언문>(1916)의 한 대목이다. 바로 작가가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작가는 성실하고 평범한 가장, 펄롱의 삶을 빌려 이 이야기를 전한다.  

   

  작가 클레어 키건은 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 1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영문학과 정치학을 공부하고 문예창작과 철학 석사도 취득한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 키건은 작품은 24년간 단 4권의 짧은 소설만 발표했고 모두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많은 상을 받았다. 이 책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아일랜드에 실존했던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벌어진 불의를 소재로 다루었다.

  때는 1985년, 경제 불황으로 사람들은 힘들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언제나 쉼 없이 일하는 펄롱은 아내와 딸들, 그들과 함께 하는 평화로운 일상을 소중히 여긴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가족 말고 또 뭐가 중요한지 생각해 본다. 그런 펄롱이 우연히 수녀원에서 감금된 아이를 보고 나서 내적 갈등을 겪게 된다. 모른 척하고 현재의 안온한 삶을 유지할 것인지, 두려움을 이기고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낼 것인지 갈등한다. 큰 힘은 없다. 그러나 사소하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펄롱은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미혼모인 자신의 엄마를 가사도우미로 받아주고 자신에게 이런저런 사소한 친절을 베풀어준 미시즈 윌슨, 자신이 더 좋은 핏줄을 물려받은 것처럼 생각하게 해 준 네드. 그들의 작지만 소중한 친절과 배려로 펄롱과 그의 엄마는 삶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고, 펄롱은 그럭저럭 평화로운 일상을 꾸려가고 있다. 그렇기에, 그런 사소하지만 귀중한 도움의 중요성을 깨달은 펄롱은 소중한 일상이 무너질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서 용기를 낸다.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평생을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119쪽) 치르게 될 대가가 두렵지만 “변변찮은 삶에서 펄롱은.... 이와 견줄 만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120쪽)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작가가 뭔가 터뜨릴 듯 터뜨릴 듯하지만 끝까지 폭탄이 터지지는 않는다. 작가가 용기가 부족한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가 전하는 것은 강력한 한 방에 있지 않다.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것처럼 사소한 일처럼 보이지만 그런 것들이 쌓여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그러니 사소한 것들에 숨어있는 삶의 의미는 얼마나 소중한가.     

  정부의 묵인, 방조, 지원까지 받으면서 기득권 세력들이 야합하여 약자를 착취, 폭행, 그 이상까지도 저지르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벌어진 일이다. 형제 복지원 사건이 밝혀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았고, 그 피해자이면서 생존자인 한종선은 《살아남은 아이》라는 수기를 발표하기도 했다.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장애아를 상대로 저질러진 일을 다룬 공지영의 《도가니》도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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