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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Feb 26. 2024

브런치 스토리  2년

조회수 100만회에 감사드립니다

오래전부터 글 쓰는 삶을 꿈꾸어왔다.

그러나 생각만 할 뿐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이만 들던 어느 날, 아들이 엄마는 그러다가 결국 안 쓸 것 같다고 말했고, 순간 너무 부끄러웠다. 엄마가 그동안 생각만 하고 결국 안 하는 일이 많았던 것을 보아왔던 아들의 팩트 폭격에 현실을 자각하는 타임이 왔다. 결국 아들의 채찍질에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가족들에게 공언을 하고 남편에게 새 노트북을 선물 받았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새 노트북에 일단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보아왔던 영화들의 리뷰와 구체화되지 않았던 나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속이 시원했고 마음이 안정되었다. 그러나 워드에 글을 저장해서 나의 뇌의 과부하를 막았을 뿐 아무에게도 그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다. 그저 노트북이 아카이브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나중에 간간히 오마이 뉴스에 발표를 했지만 대부분은 그냥 노트북 안에 들어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된 곳이 브런치였다.

신문처럼 시사적인 이슈이거나, 소셜 미디어처럼 화려한 사진과 함께 있는 자랑 섞인 노출이거나, 무언가 협찬을 받은 듯한 홍보 내용이지 않은, 순수한 콘텐츠를 써서 보여줄 수 있는 글쓰기 플랫폼이 있다니 완전히 내 취향이었다.

이전에 저장해 놓았던 글들을 손보아서 발표하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에 감사했다.

     

기본은 좋아하는 영화 리뷰를 써서 발표하는 것이었는데, 프로 평론가처럼 학술적 용어를 쓰지도 않았고 최신 작품과 모든 장르를 골고루 소개하지도 않았다. 내가 오랜 세월에 걸쳐 본 영화 중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에 대해 심리학적인 해석이 가능한 것들을 골라서 썼다. 심리학의 틀로 보았을때 열리는 세계를 공유하고 싶었다

리뷰의 특성상, 독자는 자신이 보지도 않은 영화에 대한 글에 쉽게 접근하지 않는다. 그래서 짧은 그림 형제 동화에 붙은 긴 분석 심리학적 해석을 공부했던 경험을 되살려서 영화의 줄거리를 써서 내용을 완전히 스포일하고 거기에 심리학적 해석을 덧붙였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 중 바쁜 일상 때문에 영화를 못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 분들에게는 텍스트로 영화를 맛보게 해 주거나, 영화를 선택할 때 길잡이가 되고 싶었다.

드라마 리뷰는 거의 하지 않았다. 나는 일상의 묘사가 많고 하염없이 흘러가는 진행은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완결된 구조의 서사를 좋아다. 요즘에 주로 하는 16회 드라마는 16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좋은 영화는 두 시간 정도를 투자하면 작가와 감독과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고생을 해서 만든 완결된 훌륭한 작품 하나를 감상할 수 있다. 책도 그렇지만 영화는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새로운 세상이라 짧은 내 인생에서 수백 개의 멀티버스를 살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감동적인 작품은 여러 번 되풀이해서 다시 볼 수 있다. 시간차를 두고 다시 보면 이전의 해석과 다른 해석이 나오고 안보이던 것이 보인다. 타인의 리뷰와 해석을 읽고 다시 보아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중에 독자들이 내책을 사서 보시더라도 도움이 될수 있게 정성껏 영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했다.

  

한편 인생에서의 나의 여러 역할중 중요한 또다른 한 축이 가정의 주부이고 엄마여서 음식 만들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요리에 관심을 가진 덕분에, 그래도 우리 가족 입맛에 맞을 정도의 음식은 한다. 그러나 음식만 따로 놓고 보면 대단한 전문가들도 많으시니 구태여 나의 레시피를 볼 이유는 없을 것이다. 내 글은 간편하고 쉬운 요리법을 아들들에게 가르쳐 주는 게 목적이고, 곁들여서 아들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얹으니 많은 분들이 읽어주신것 같다.

생각해 보면 아들들이 어릴 때 다정한 표현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저 사랑하는 마음은 음식을 만들어서 먹이는 것으로 대신했었다. 지금은 아들들의 머리가 커서 잔소리도 통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고, 그저 그들이 먹었던 음식이 엄마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엄마와 아내가 없어도 음식을 잘 만들어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레시피와 잔소리를 섞어서 다. 처음에는 그들이 쉬운 음식이라도 만들었으면 했지만, 지금은 당장은 못 해 먹더라도 나중에 내가 세상에 없어도 엄마 생각날 때 한 번씩 들춰 보고 잔소리도 느끼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는 글재주가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글이 술술 나오지 않는다. 브런치 작가님들 중에는 상상력이 뛰어나서 소설을 쓰는 분들도 계시고, 시를 쓰는 분들도 계신다. 또 일상을 소재로 감각 있고 재미있는 글을 자주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 놀란다. 나에게는 이런 재주가 없음을 한탄할 때가 많다. 그나마 내가 가진 장점이 스트의 속뜻 이해하는 능력이 조금은 있는 것이어서 창작은 못하고 리뷰를 는것 같다. 나에게는 그저 일주일에 두 편 발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소통하면서 재미있고 행복할 때가 많았다. 낯을 가리니 먼저 찾아가서 댓글을 많이 달지는 못했지만, 나의 글에 달아주신 댓글에는 답글을 꼭 쓰고 내가 구독하는 작가님들의 글과 나를 찾아주시는 분들의 글은 나도 꼭 찾아가서 읽는다.

그러나 나의 한계를 넘으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다작이 아니어서 연재 같은 것은 하기 힘들것 다. 기한에 쫓겨 등 떠밀리는 것도 싫으니 내 속도대로 천천히, 넘쳐서 흘러나오는 만큼만 쓰려고 한다. 쓴 글은 서랍에 오랫동안 넣어두고 꺼내 보면서 여러 번 퇴고한 뒤 올리고, 글 하나하나가 가능하면 완결된 구조가 되기를 바라며 다듬어서 발행했다. 발행한 글이 쌓이면 주제별로 묶어서 브런치북을 만들었는데, 연재보다는 이 방식이 나에게는 맞는듯 하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 었다. 그동안 232편의 글을 발행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 준 브런치 스토리에게 감사한다.

또한 이렇듯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도 감사드린다. 구독자 수가 한자리에서 시작해서 과연 100분이 될  있을 의심했는데, 577분이나 되는 구독자님들이 생겼다. 

누적 조회수도 100만회가 되었다.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도 있고, 어쩌다 한번 들러서 읽으신 분들도 겠지만 나로서는 너무 감사하고 좋은글을 써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긴다.   

'심리학카페' 오셔서 영화에 대한 심리학적인 이야기들어주시고 칭찬도 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

‘아들에게 주는 쉬운 레시피’ 덕분에 조회수 폭발도 경험했으며 브런치 인기글에도 가끔씩 소개되었고 다음과 구글에 여러번 오르는 놀라운 일도 생겼다.

앞으로도 꾸준히 영화 리뷰와 에세이를 쓰는 일을 계속할 것이고, 그것을 브런치 스토리에 올릴 것이고, 언젠가는 책을 발간하는 꿈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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