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흔한 게 고기지만 엄마 어릴 적엔 이름 붙은 날만 먹었었다. 명절이나, 생일이나, 아버지가 보너스를 탔을 때만 가끔씩 외식도 하고 집에서 불고기를 구웠었지.(지금은 프라이팬에 주로 요리하지만 그때는 연탄불에 석쇠를 올리고 구워서 더 특별한 맛이었단다.)
어린 시절 골목에서 놀 때 동네 아이가 장조림 고깃덩어리를 한 개 들고 나와 찢어 먹고 돌아다녔는데, 어렸던 엄마가 그게 너무 먹고 싶은 거야. 하하.
외할머니는 언제나 반찬을 정성껏 해주셨지만 고기반찬은 자주 안 올라왔었거든. 철없는 엄마가 나도 장조림 해달라고 졸랐을 때 외할머니가 해주신 장조림은 간장 때문이 아니라 근심 때문에 짰었던 것 같다. 장조림을 볼 때마다 그 생각이 나네.
사실 이 스토리에는 슬픈 반전이 있단다. 그 아이네 집은 실은너무 가난해서 장조림 고기를 한 덩이 들고 다닌 것이 아니라 칡뿌리 한 덩이를 들고 다니며 찢어서 먹다가 뱉었는데, 어린 엄마는 칡을 본적이 없으니 그게 장조림이라고 오해한 것이었어. 어찌 되었든 어린 엄마는 장조림이 먹고 싶었단다.
요즘 장조림은 옛날처럼 조금씩 아껴먹게 하려고 짜게 만들지도 않고, 심심하게 간을 하고 여러 부재료를 섞어서 하는 흔한 반찬이 되었지. 고기를 먹다가 메추리알도 가끔씩 골라 먹고 통마늘이나 꽈리고추도 넣어서 색이나 맛이나 영양면에서도 밸런스를 맞추어 만드는 좋은 음식이란다.
깔끔하게 만들려면 지방도 적고 결대로 찢어져서 씹는 식감이 좋은 부위인 소고기 홍두깨살로 만드는 것이 정석이고, 쫄깃한 콜라겐 부위를 좋아한다면 사태를 삶아서 해도 맛있단다. 사태의 경우 냉장 보관하면 국물이 젤 상태로 엉겨서 먹을 때마다 데워 먹어야 하는 불편은 있지만 집에서 먹을 때는 괜찮은 것 같아.
일단 고기를 삶는데 시간이 걸리고, 부재료를 순차적으로 넣어야 하니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만드는 슬로푸드라고 볼 수 있어.
엄마의 추억이 깃들어있는 반찬을 한번 같이 만들어보자.
한번 만들어 놓으면 메인 반찬이 없어도 단백질 보충을 할 수 있는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장조림을 만들 예정이라면 모든 조림 요리에 풍미를 주는 꽈리고추를 꼭 사서 넣는 게 엄마의 비법이다.
<소고기 메추리알 장조림>
-소고기 사태 600g(홍두깨살도 좋다)를 4cm 길이로 토막 내어 30분 정도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 후 처음에는 강불, 끓으면 약불로 줄여서 1시간 정도 삶는다.(젓가락으로 찔러보고 잘 들어갈 때까지)
-잠시 식히고 먹기 좋은 한입 크기로 찢는다.
-고기 삶은 물에 찢은 고기와 삶은 메추리알 450g(큰포장 한봉지)을 넣고 다시마 서너 장과 간장 반컵, 물엿 2큰술, 미림 2큰술, 설탕 1큰술을 넣고 처음에는 강불, 끓으면 약불로 줄여서 30분쯤 졸인다.(단맛과 짠맛은 식성대로 조절해라)
-메추리알에 간장색이 들으면 통마늘 한 줌과 꽈리고추 한 봉지를 넣고 10분쯤 더 졸인다.(마늘과 꽈리고추가 익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