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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에 대한 고민-편리함의 대가

책 <엔트로피> by 제레미 리프킨

by 윤병옥


나는 과거에 화학을 공부했고 한동안 과학 교사를 했었다.

인문학 공부도 많이 했지만 개인적인 독서 목록에는 과학 교양에 관한 책들도 많았다. 그중에 제레미 리프킨이 쓴 『엔트로피』를 인상 깊게 읽었고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도 여러 번 이야기했었다.

다 아는 내용이겠지만 ‘엔트로피’란 열역학 제2법칙이다. 열역학 제1법칙인 ‘에너지 보존의 법칙’의 내용처럼 에너지란 없어지지는 않지만, 한번 흩어지면 우리가 쓸 수 있는 형태로 모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 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 컵에 자발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에너지는 쓸 수 있는 형태에서 쓸 수 없는 형태로 가고 이것이 자연계의 순리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과거 원시인들은 동굴에서 살면서 밤에 모닥불을 피웠는데, 이것은 어두운 동굴을 밝혔고, 그들의 몸을 따뜻하게 만들었으며, 장작 타는 소리가 그들의 마음을 편안히 만들었고. 낮에 잡은 고기를 굽는 역할도 하였다. (그 외에도 상상력을 발휘하자면, 그들은 목욕을 자주 하지 못해서 체취도 심했을 텐데 나무 타는 냄새가 그것을 막아주기까지 했을 것이다.) 나무라는 화학 에너지를 태울 때 바뀌는 열 에너지, 빛 에너지, 소리 에너지를 이렇게 다용도로 알뜰히 이용하다니 감탄스러웠다.

현대의 생활 방식에서는 물론 적용하지 못할 부분이 많다. 전원에 있는 집이라면 모를까 도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깔끔한 현대인들은 그을음과 냄새를 좋아하지 않으니 개별적인 방식을 선택한다. 연기 없이 열만 주는 전기 에너지로 난방을 하고, 여러 색과 형태의 조명기구를 통한 깔끔한 빛도 전기 에너지로 얻는다. 요리도 전기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꾸어 해결한다. 장작 타는 장면과 소리는 다운 받아 디스플레이로 보면서 듣는다. 현대인들은 원시 시대에는 모닥불 하나로 해결하던 모든 일을 다 따로 에너지를 들여 하게 된다. 편리하고 깨끗한 대신 엄청난 에너지를 쓰게 되는 것이다.


흔히 에너지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쓸 수 있는’ 에너지는 그렇지 않다. 흩어진 에너지는 다시 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에너지는 쓰기 편리한 형태로 변환될 때 낭비가 심하다. 수력 발전을 예로 든다면, 물의 위치 에너지를 터빈을 돌리는 운동에너지로 바꾸고 다시 전기 에너지로 바꿀 때 많은 양이 손실된다. 이렇게 얻은 전기 에너지도 전선을 통해 운반될 때 또다시 상당량이 열에너지로 손실된다. 현대인들은 이렇게 주변에 다 새버리고 가정에 도달된 적은 비율의 에너지를 한 가지 용도로만 쓰게 되는 것이다.


오래된 책을 다시 꺼낸 것은 최근에 내가 빨래 건조기를 사면서 느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면서 빨래를 안 할 수는 없다. 과거에도 여인네들은 겨울에도 빨래를 한 광주리 빨래터로 이고 가서 고생했었다. 빠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고 말리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요즘은 세탁기로 빨래를 하니 가장 힘들었던 가사인 빨래가 쉬워진 것은 맞다. 그러나 우스갯소리로 빨래가 스스로 세탁기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다 되면 건조대에 저절로 가서 널리지는 않으니 완전한 해방은 아니다. 게다가 비가 오거나 여름 장마철에는 빨래를 말리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잘 못 말리면 쉰내가 나기도 하니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러나 이것도 건조기가 나오면서 해결이 되었다. 친구들이 건조기가 편리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많이 들으면서도 구입하기를 망설였던 것은 마지막 남은 과학 선생님으로서의 마인드 때문이었다. 태양에너지에는 빛에너지 열에너지가 다 들어있다. 햇볕에 빨래를 널면 빨래가 마르는 것은 물론, 자외선까지 쐴 수 있어서 소독도 된다. 그래서 햇볕에 마른 빨래에서는 싱그러운 냄새가 난다. 지구에 무한으로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를 버리고 어렵게 만들어낸 전기 에너지를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어린 손녀가 집에 오면서 깨졌다. 아기 빨래를 빨리 말리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결국 건조기를 사기로 했다.


대의명분 같은 것은 일상의 불편함에 금방 자리를 내준다. 일단 건조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니 그 편리함이 정말 컸다. 급한 빨래를 말리는 일이나 커다란 덩치의 이불 말리는 일 등이 날씨와 상관없는 일이 되었다. 여전히 날이 좋으면 이부자리나 빨래를 햇빛에 말리려고 노력은 하지만, 이미 나는 편리함에 익숙해졌고 그것이 없었던 때처럼 지내기는 어려울것 같다.

이렇게 한 번 편리함을 맛보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은 힘들다. 흘러가는 강물을 따라가지 않고 거슬러 헤엄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주위의 사람들은 쉽게 사는데 나만 불편함을 감수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정작 결과는 티도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편리함이 지구 환경에 주는 피해가 크다면, 그 대가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생활 방식을 들여다 필요가 있다.


#제 책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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