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글을 쓰고, 타이핑한 후 올리는 데에 게을렀다. 딱히 글에만 그런 건 아니고, 달리기도 일상도 모든 일들에 마치 모래주머니라도 달린 것처럼 뭔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때가 있는데, 지금이 딱 그런 시기인 것 같다. 그래서 별로 욕심부리지 않은 채 글을 쓰기만 해 두고 그 이상은 하지 않았다. 글이라는 게 보통 가장 쓰기 싫을 때 반드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마치 10H 심을 꽂은 것 같은 샤프로 새기는 마음이야말로 어떻게든 새겨 넣었을 때 비로소 가져다주는 희미한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한 문단 쓴 후 다음 문장이 나오기까지 20분 넘는 시간이 걸렸다. 확실히 한 가지 꽂히는 주제가 안 떠오르면 연속적으로 쓰는 게 너무나도 어렵다. 글쓰기 싫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순전히 펜을 잡고 종이 위에 심을 긁어 새기는 행위가 귀찮은 걸까. 아니면 글로 기록할만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거나 경험을 하지 않는 걸까. 아님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글거리들을 기록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의해서일까. 각 상황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저 3가지 이유들이 번갈아 나타나는 것 같다. 상태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는 없지만, 매번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대다가는 글을 아예 안 쓰게 되기에 그런 것들을 가지고서라도 어떻게든 쓰는 수밖에 없다. 목적이 있어서 쓰는 게 아니라, 쓰는 것 자체가 목적인 삶을 선택한 순간부터는.
글쓰기는 가장 어려운 두 가지 행동을 수반한다.
1) 머리말에 글의 순번과 날짜를 적고, 아래에 사인을 한 후 마지막으로 제목까지 쓰는 것
2) 글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 것
매일 글을 쓰려고 펜과 종이를 꺼내지만, 결국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미래의 나에게 결국은 하지 않을 일을 떠넘기기를 반복해 왔는데, 앞으로는 어떻게든 마무리를 짓기 위해 어떤 날에는 분량을 줄여 쓰는 것도 고민 중이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4-5 문단으로 이어지는 형식의 글을 쓰는 데에만 거의 집착해 왔었네. 편지라고 지칭하지만 읽는 대상이 불분명한 이 글쓰기에 굳이 틀을 부여할 필요가 없는데, 억지로 글을 쓰다 보니 이런 새로운 깨달음도 얻는다. 괜찮네, 하기 싫은 걸 함으로써 생기는 나름대로의 수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