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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버레터 Jul 10. 2022

성공적 은퇴

은퇴하지 않고 나누는 삶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시니어가 많아졌습니다. 요즘 시니어를 보면 많은 분이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경제적 능력까지 갖추면서 이전의 '노인'과 다른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제도적으로 60세를 정년으로 정하고 직장을 그만두게 하며, 65세를 '노인'이 되는 기준연령으로 삼고 있습니다. 관습적으로도 '노인'이 되면 일을 그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앞에 나서기보다는 뒷전에 있기를 원합니다.


이에 대해 시니어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젊은 청춘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패션모델이 되어 런웨이를 누비는가 하면, 보디빌더가 되어 멋진 몸매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이 하던 일을 그만 두지 않으면서 새로운 역할을 맡아 재탄생하기도 합니다. 이제 시니어들은 기존의 제도와 관습이 정한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새롭게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은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현재처럼 집단적으로 은퇴가 주목을 받은 시기가 있었는가 살펴보면 결국 극히 초현대적 현상이라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산업화사회의 직장문화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직장문화와 충돌하며 없어질 개념이라 생각합니다. 은퇴는 결국 개인의 삶 중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설정됩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상태에 이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전에 일을 할 권리를 제도적으로 관습적으로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필요에 따라서 일을 해야 할 사람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또한 일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만 일이라고 해야 할지 의문입니다. 사실 사회가 유지되는 것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지 않고 제대로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는 많은 일이 접착제와 윤활유 역할을 하여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봉사활동 등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을 하는 시니어는 은퇴를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경제적 일로부터 '은퇴'하여 하는 일에서도 성공 여부를 따져야 할지를 생각해봅니다. 젊은 시절에는 성공을 갈구합니다. 성공해야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어느 분야에서든 권력이 생기며, 명예도 얻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많든 적든 성공한 사람 중에서 많은 사람은 인생에서 성공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가족이나 친구 등 구체성을 띤 개념으로 얘기할 수 있고, 사랑이나 진실 등 추상적인 개념으로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죽는 순간까지 재산만 사랑했지 누구와도 진실된 마음을 나누지 못한 사람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경제적 일로부터 은퇴한 후의 활동에서는 성공 여부를 따지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경제적 성공이나 권력 또는 명예과 같은 기준으로 일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성공을 얘기한다면 자신이 당초 원했던 정도로 흡족하게 해냈는지 여부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조차도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 번 마음을 내주었으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의 삶은 경제적 은퇴를 시키는 제도와 관습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어집니다. 경제적 은퇴를 하더라도 새로운 목적의식과 삶의 양식을 갖고 도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은 삶을 역동적으로 만들고 안주하지 않게 할 것입니다. 또한 자신이 사회로부터 받은 보이지 않는 많은 혜택을 사회에 되돌려주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세속적 의미에서 성공한 사람일수록 좀더 낮은 곳을 보며 삶의 양식을 바꿀 때 새로운 삶이 더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계속해서 성공을 이어가기보다 이제는 성공의 혜택을 나누며 살아가야 할 때입니다. 경제적 일로부터 은퇴하여 새로운 일을 하더라도 개인적 성공과 함께 같이 나눌 수 있는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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