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 줄이기
1월 30일에서 2월 16일 사이에 남미를 고등학교 친구 7명과 함께 다녀왔다. 2019년에 계획할 때는 2022년에 가려고 했는데, 중간에 코로나19가 발생해 줄줄이 여행 계획이 늦추어지며 올해 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기에는 너무 멀어 쉽게 엄두가 나지 않고, 그렇다 보니 보통은 한 번에 남미 대륙을 다 돌아보겠다고 1달씩 여행 하기도 한다. 그럴려면 한 번에 시간도 많이 내야 하고 비용도 커진다. 우리는 일정을 길게 하기 어려워 일자를 고정한 후 여러 여정을 검토한 후 최종적으로는 마추픽추, 파타고니아, 이과수를 핵심 방문지로 정했다.
여행의 즐거움은 계획을 세우는 데서 절반이 나오고, 나머지는 여행을 하면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번 여행의 즐거움은 절반 가까이를 내가 독차지한 셈이다. 물론 그 즐거움은 시간과 노력을 지불하게 했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계획한 대로 잘 실행될지 노심초사 걱정하는 것도 내몫이 절대적으로 크다. 그럼에도 긴 여정이 비행기 연착 등 없이 좋은 날씨 속에서 잘 마무리된 것은 하늘의 도움이 크다.
이번 여행에서 두 가지 앱이 도움이 되었다. 하나는 항공권을 예약하고 관리하는 kiwi이다. 나는 이 회사가 좋지 않은 평판이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사용해보니 마치 비서처럼 서비스를 해주어 편안했다. 다른 하나는 getyourguide이다. 현지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교통편을 제공하고 안내를 맡을 가이드가 필요했는데, getyourguide를 통해 계약한 가이드들은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물론 호텔 예약을 위해 사용한 앱도 도움이 되었지만 두 앱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휴대전화를 기반으로 운영되므로, 휴대전화의 분실 또는 도난 등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
여행의 즐거움은 준비나 실행에서 크게 나오지만, 여행을 마친 후 여행기를 정리하는 데서도 나오는 것을 이번에 새삼 알았다. 블로그에 여행을 일자별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여행지의 경험이 떠오르며 행복감을 주었다. 아마 이번 여행을 큰 문제 없이 잘 마무리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여행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은 행복감을 오래 유지하는 데는 필수적인 것 같다. 아무리 여행에서 즐거웠고 사진을 많이 찍었어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곧 잊혀질 것이다.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여행을 떠날 것이다. 물론 동반자는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 다양할 것이다. 이들과 함께 여행의 즐거움을 더 크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도 더 많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오직 혼자서가 아니라 나누며 함께 하는 여행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