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정희 Jul 06. 2024

울산에서 만난 씩씩 작가와 밴지

그가 부러웠다.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가진 그가 부러웠다.

부러움은 이내 존경심으로 바뀌었고, 조금의 경외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고 있는 이는 내 남편, 씩씩 작가이다. 

작가들을 많이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만났던 작가들 중에서는 가장 훌륭하고 멋진 작가인건 분명하다. 남편이 그림을 그리도록 권유하고 몇 년간 그를 서포트했던 것이 내가 살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비록, 울산국제아트페어가 끝나고 조금은 의기소침해 있긴 하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빛나고 멋있어 보인다. 

척박한 돌산에서 왕만한 원석을 캔 것 같은 기분이다. 



울산에서 만난 씩씩이와 밴지


내 고향 울산, 

내 고향 울산에 남편이 초청작가로 초대받았다. 

2024년 울산국제아트페어에 초청작가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단독으로 제공되는 큰 개인부스, 심지어 라이브 페인팅 제안이라니!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참여 확정이 되고 그는 곧바로 새 작업을 진행했다. '행복'에 대한 내용이 담긴 작업이었다.

일명 'Perfect Happiness'

남자 두더지와 여자 두더지가 사계절을 배경으로 껴안고 있는 그림이었다. 그렇다. 속눈썹이 길고 포동포동한 여자 두더지는 나다.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라는 말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거창함에서 오는 특별함이 아닌, 소소하지만 일상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표현하고 싶은 그의 철학이 담겨있었다. 

처음 스케치를 보고 괜히 눈물이 났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우린 함께 행복하구나!'

우리가 원래부터 형편이 여유로웠던 적이 없었지만, 특히나 남편이 개인전을 시작한 작년부터는 그동안 모아둔 돈을 재료비와 그 외 필요한 것들에 투자하느라 금전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금전적으로 어렵다 보니 마음도 힘들었다. 자신감은 지갑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우린 어딜 가나 마음이 쭈굴쭈굴했었다. 그래도 힘들지는 않았다. 우리가 함께였기 때문이겠지? 

남편의 'Hug'시리즈가 완성되었을 땐, 그동안 알게 모르게 힘들었던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울산 친한 친구들을 모두 초대했다. 

내 전시는 아니지만, 남편 덕분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앞에서 한 껏 으스댈 수 있었다. 내 친구들이라 그런지 'Hug'시리즈 작품 설명을 듣고서는 마치 짠 듯이 동시에 눈가가 빨개지기도 했다.  

특히, 우리 부모님께서 정말 좋아하셨다. 지나가는 길에도 들리시고, 평일에도 주말에도 오셔서 사위의 그림을 감상하고 또 감상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 아빠는 나보다 더 남편의 재능을 믿어주시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셨다. 딸 바보로 유명했던 우리 아빠는 내가 작가 생활을 포기한 것에 속상해하기도 하셨지만, 사위의 활동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고 계신다. 



 

울산국제아트페어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생각보다 후유증은 오래갔다. 

저번주부터 겨우 후유증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다. 중단했던 취업 상담도 다시 받고, 여기저기 이력서도 넣어보고, 9월에 있을 사진에세이 전시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현생을 살기에도 바쁜 이 시간에 언제까지 과거의 영광에 빠져있을 순 없지 않나.


울산에서 씩씩 작가와 밴지를 만났던 일들이 마치 꿈처럼 스쳐 지나간다. 

감격스러운 현장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씩씩 작가의 반짝이는 순간에 늘 우리가 함께이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