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식가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통보다는 많이 먹는 편이다.
지금은 의식적으로 적당히 먹으려 하지만, 예전엔 피자 라지사이즈 한판을 혼자 다 먹었었다.
오늘 아침 집을 나오면서 거울에 비친 내 몸을 봤는데, 언제 이렇게 살이 쪘을까?
특히나 요즘엔 술도 자주 마시고, 군것질도 많이 하고 폭식도 제법 하는 것 같다.
저녁 도시락으로 메밀면과 유부초밥을 싸왔다.
간단하게 밥과 반찬을 싸려 했는데, 뭔가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싶었다.
도시락이 미어터져라 음식들을 꾸역꾸역 채워 넣으니 울적했던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듯했다.
옛날 시트콤을 보면서 남편과 함께 메밀면과 유부초밥을 먹었다.
새콤하고 달달하고 매콤한 것이 매가리 없이 쳐져있던 신경세포들이 깨어나는 맛이었다.
메밀면 4인분, 유부초밥 2인분, 양배추 샐러드 한 다라이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다 먹고 나니 내 모습이 좀 미련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배가 고파 먹은 건지, 마음이 허해서 뭐든 채워 넣으려 쑤셔 넣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결핍은 있고, 수많은 종류의 결핍을 안고 평생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럴 때마다 오늘처럼 의미 없는 폭식을 할 순 없다. 그래도 다행인 건, 예전처럼 나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밀면과 유부초밥으로 오늘의 결핍을 채울 수 있었다면 좀 다행인 거 아닌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