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뭉시리 May 23. 2022

지퍼를 올리는 일

  추운 날씨에 외투의 지퍼를 올릴 때면 난 어머니 생각이 난다. 대부분 어린아이가 그러하듯이 나도 어린 시절에는 혼자서 지퍼를 잠그지 못했는데, 내가 지퍼 달린 외투를 입을 때면 지퍼를 채우는 일은 어머니의 몫이었다. 지퍼를 채울 때면 어머니는 나를 불러 세우시고는 무릎을 세워 내 앞에 앉으셨다. 그러고는 당신 쪽으로 '훅-' 하고 당기시면서 지퍼를 채워주시는 것이었다. 마냥 부드러운 느낌은 아니었고, '훅-' 하는 당김에 내 몸이 당겨질 만큼 조금 센 느낌이었다. 나는 그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나를 더 강하게 당신의 품으로 힘껏 당겨주셨으면 하고 몸을 뒤로 빼보기도 하고, 그러다가는 어느 순간 그냥 그대로 그 힘에 이끌려 어머니께 안기는 것이었다.


  지퍼를 올리는 일이 내게 너무나 쉬운 일이 되어버렸다. 더는 어머니의 손길이 필요한 시절도 지나버린 지 오래고, 이제는 어머니 앞에 그때처럼 서 있을 수도 없다. 하지만 여전히 지퍼를 올릴 때면, 난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래서, 부러 내가 내 옷깃을 더 세게 당겨보기도 하는 것인데, 몸이 기대어 안길 데가 없다. 추운 날씨에 외투의 지퍼를 올릴 때면 나는 아직 스스로 옷도 여미지 못하는 철부지가 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