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추천
유튜브에 낙원의 밤OST를 검색했는데 딱 공식으로 나온 음원이 보이지 않았다. 아쉽다. 영화를 보면 중간중간에 깔리는 잔잔한 음악이 참 좋은데. 그래서 다시 돌아온 장면으로 보는 글자지원 OST를 나열해보겠다. 마지막으론 낙원의 밤을 보고 떠올린 나만의 OST를 추천하겠음. 랄랄랄라~~
#1
-땅다라땅따라따당따당땅따라땅따라
-쿠에에에아아앙~
-쿠에엥 둥닥닥닥다가둥닥다둥닥둥닥둥닥빡두구닥닥두구닥닥두둥둥둥둥둥두욷우둥딱
-둥그동그동, 동그동그동, 둥그동그동, 둥그동그동
-둥탁 + 현 튕기는 소리 + 바이올린 소리 + 둥탁 + 꾸우우우우웅~
싸우는 장면이나 누가 죽는 장면에선 이런 박자의 노래가 나왔다. 아 글로 적으려니 부족하다. 북을 빠르게 치거나 기계음, 총 소리, 대장간에서 쇠를 내리치는 것 같은 소리도 중간에 나면서 극적으로 들리게 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노래가 생각 외로 되게 섬세했다. 하나의 소리만 있는 게 아니라 굉장히 여러 가지의 소리가 함께 났었다. 그리고 장면에 나오는 인물들이 내는 소리나 소품에서 나는 생활소음(??)이 합쳐져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노래는 정말 섬세한 작업이구나, 하고 깨달았다. 왜 어릴 때 피아노 연습할 때 크레센도니 뭐니 하는 게 있었는지 알 것 같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냥 뚱땅 내리쳤기만 했는데.
#2 걱정이 느껴지는 피아노 + 둥↓ 바이올린↗ 둥↓ 첼로↗ + 삐용삐용 + 차 멈추는 소리 + 빗물 소리 + 빗길을 뛰어다니는 발자국 소리
피아노 소리. 사실 이 노래가 좋아서 찾으려고 했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누나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을 때 나오는 피아노 소리다. 앞으로 영화를 홍보할 땐 OST를 꼭 넣어달라! 대체 왜 OST로 홍보하지 않는 걸까. 영화 속 이런 효과음이나 노래가 좋아서 그냥 틀어놓기도 하는데 안 보여... 어디있어... 내가 못 찾는 건가...
이 장면의 노래는 뒤에 쿠토가 죽은 후 태구가 정신을 잃은 재연과 바닷가에 가서 재연이 물어 뜯은 손을 소독하고 복잡한 얼굴로 재연을 바라보는 장면에 이어서 나온다. 이땐 소리도 더 크고 첼로의 소리가 더 선명하게 난다. 바이올린이 아니라 첼로였나보다. 첼로는 아무리 들어도 참 슬픈 소리 같다. 그런데 그 슬픔이 좀 묵직한 슬픔? 돌덩이 같은 슬픔 같다.
#3 꾸에오 + 삐이~ + 둥, 둥, 둥 + 둥, 둥, 둥, 딱딱 + 알루미늄 치는 소리?
우주에서 나는 소리 같은 ‘꾸에오’와 소름끼치기 전의 삐이~하는 소리와 전화를 끊은 순간 차를 타고 양 사장의 부하들을 손 봐주러 가는 마 이사네의 모습.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박자가 점점 더 빨라지더니 마 이사가 스타일 구기면서 양 사장네 부하의 귀를...어찌하는 순간엔 급박한 소리가 났다. 신기한 점은 정말 정신이 번쩍 들도록 긴장의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들릴 것 같은 내 심장과 머리의 소리가 이와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4 부우...퉁, 퉁...푸우...
병을 부우하고 부는 소리에 우주에서 고립된 우주선에서 들리는 두렵고 광활한 공간의 우주 소리가 났당. 재연의 놀라운 총 솜씨에 피식 웃는 태구와 갑자기 머리로 총구를 대는 재연의 돌발행동에 당황한 태구의 어이어어어어엌! 저저저저저기여! 어잌! 저기여! 아아아하지마세여! 어힛, 아이아이... 아약!... 그리고 아무 일도 없이 사라지는 재연과 그를 바라보는 태구의 황당한 뒷모습. 라디오에서 엄태구는 가만히 있어도 연기를 한다던데, 정말 그렇군!
#5
-재연이 펜션에서 태구와 마주 앉아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장면
-재연을 챙겨주고 혼자 다른 방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오늘의 일과 재연의 일을 생각하는 것 같은 태구의 모습. 그 옆으로 보이는 재연이 누워있는 방.
배경에 흐르는 음악과 귀뚜라미와 쓰르라미 소리가 잘 어우러져서 더욱 쓸쓸하고 슬펐던 장면이다. 여기서는 피아노 소리가 두 개가 나는 것 같은데, 하나는 원망했던 재연의 가슴 시린 소리 같았고, 다른 하나는 재연의 말에 누나와 지은이를 떠올리며 죄책감을 갖는 태구의 소리 같았다.
정말 슬펐던 노래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전의 노래들은 그냥 슬프거나 긴장만 가득했다면 이번 노래는 어떤...미안함과 참담함이 느껴졌다. 위로할 수 없을 정도의 아픔이 있는 하루였으니까.... 그리고 이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후에 재연이도 이 자리에 그대로 앉으며 결심을 하기 때문이다.
#6 철썩이는 파도 소리 오토바이 소리와 소 울음.
낙원의 밤에 가장 어울리는 노래였다. 가장 낭만적인 선율의 노래와 박자라서 그렇다. 그런데 그 노래에 비춰진 장면은 바닷가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뭔가 편안한 얼굴로 담배를 담담하게 피우는 두 사람과 오토바이를 타고 펜션으로 가는 두 사람. 잠시나마 두 사람만 비추며 ‘낙원’이었다가 펜션 아주머니의 행동에 바로 현실로 돌아오는 태구의 얼굴이 인상 깊어 여러 번 돌려봤던 장면이었다. 전여빈 배우님도 이 장면이 좋았다던데, 나도 참 좋아하는 장면이다. 재연이는 이 순간만큼은 위로받았을까.
#7 착잡한 심정의 노래
이 노래를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싶은데, 착잡한 심정을 잘 표현한 노래인 게 제일 알맞을 것 같다. 그냥 노래만 들어도 재연의 말이 신경 쓰이고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드는데 공항에 안 갈 수 없는 그 복잡한 심정이 느껴졌다. 대체 이런 감정을 어떻게 노래로 표현하는 걸까. 노래하는 사람들은 음정에서 감정을 느끼는 건가?
#8 마지막을 직감하고 정리하는 듯한 모습
바이올린이 왜 이렇게 슬퍼... 피아노도 너무 슬펐다. 이 노래만 따고 싶을 정도였다. 태구의 표정은 담담했고, 노래는 풍성(??)해서 그 얼굴이 더 돋보였다. 영화의 효과음은 정말 신기하다. 영화는 3D인데 노래가 더해지면 4D로 변한다.
#9 모든 사실을 안 태구가 양 사장의 목을 조르는 장면
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비극적이고 서글픈 노래를 만들 수 있을까? 음악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감정을 어떻게 노래로 표현하지. 글로 표현하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노래로... 그리고 이 장면에서 태구가 양 사장을 벽에 밀치면서 컨테이너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데, 꼭 오케스트라의 심벌을 치는 것 같았다.
#10 복수를 결심한 재연
태구가 앉았던 방향에 앉아 생각에 잠기고, 결국 결심하는 재연의 모습. 태구는 거기에 앉았을 때 선명한 눈빛보다 착잡하고 복잡한 눈빛이었는데 재연의 눈빛은 목표가 명확하고 반짝반짝 빛나서 거의 이 장면부터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11 복수를 끝내고 바닷가로 가는 재연
앞에 나왔던 모든 서글펐던 노래의 완성본 같았다. 재연의 행동으로 낙원의 밤이 마침표를 찍었고, 그에 딱 맞는 노래가 경찰차의 소리와 함께 흘러나왔다. 누나의 죽음을 전화로 듣던 태구의 장면에서 나왔던 노래와 이어지고, 그 멜로디 위에 쌓은 첼로 소리가 애간장이 탄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런 잔혹한 일이 일어났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다음 날의 낙원을 비추며 끝난다. 너무 슬펐다.
이 영화 하나에 정말 많은 노래가 효과음과 노래가 나온다. 하지만 하나의 장면을 제외하곤 모든 노래가 슬프다. 그래서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을 더 극적으로 보이게 했고, 그들의 삶에 푹 빠질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한 건 어떻게 그 장면과 노래가 엉키거나 뭉개지지 않고 서로 엇박자를 딱딱 맞춰가며 빈 곳이 없게 채우냐는 것이다. 가만히 들어보니까 이상한 박자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 것까지 계산하고 노래를 만든 걸까? 아무튼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만약 뭉개지는 부분이 있었다면 영화를 보면서 혼란스러웠을 텐데.
아래는 내가 고른 낙원의 밤 OST다. 성악을 하는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 이소라다. 이소라의 목소리는 늘 우는 것처럼 들려서 어떤 노래를 듣든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다. 울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는데 참고 노래로 승화하려는 것 같아서, 머리가 아니라 내 안의 눈물을 진동하게 한다. 그래서 듣다 보면 누군가에게 울지 말라고 하고 싶다.
낙원이 떠나가지 않길 바라는 인물들의 마음도 대입이 되고, 홀로 남은 재연이 태구를 붙잡고 하는 말 같기도 하고, 떠나가지 말라는 가사이지만 어떻게 들으니 고맙다고 하는 말 같아서 태구의 입장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한 노래다. 몇 번이고 멈칫하며 살피게 만들던 태구의 눈동자, 재연이 맛있게 물회를 먹어 가슴이 쓰라렸던 장면, 징글징글한 모습이 싫어 고개를 돌리던 마상길의 모습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지금은 낙원을 찾았을까? 부디 밝고 따뜻한 빛을 따라갔기를. 눈부신 하얀 빛을 외면하지 말았기를...
이소라 –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그대 없는 밤은 너무 쓸쓸해
그대가 더 잘 알고 있잖아요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나약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봐
그대가 내게 전부였었는데
제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그대 없는 밤은 너무 싫어
돌이킬 수 없는 그대 마음
이제 와서 다시 어쩌려나
슬픈 마음도
이젠 소용 없네...
나약한 내가 뭘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봐
그대가 내게 전부였었는데
제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그대 없는 밤은 너무 싫어
돌이킬 수 없는 그대 마음
이제 와서 다시 어쩌려나
슬픈 마음도
이젠 소용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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