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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스트 Oct 06. 2023

산책길

행복 두 배

딸과 함께 오르는 등산로는 발걸음마다 맑은 햇살로 기분 좋게 총총 우릴 따라 동반한다.

평일이라 그런지 가을날 호젓한 분위기는 산책하기에도 여유롭다.

운동 겸 아점을 먹기 위해 나온 시간, 행복을 두 배로 더하게 하는 눈요깃거리로 가득하다.

산줄기를 타고 흐르는 계곡물은 맑디맑고 그걸 들여다보는 내 마음도 덩달아 유혹되어 넋을 놓고 바라보게 한다. 야생화며 뒤엉켜 있는 선명한 초록의 이미지 그리고 오랜 세월의 바랜 구조물들이 한데 뒤섞여 졸졸 타고 내려오는 맑은 물이 고운 곡선을 여럿 만들며 사라지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는 게 더 곱고 맑아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햇살에 흔들리는 물결 따라 송사리 떼가 유유히 헤엄치며 돌아다닌다.      


등산로 입구부터 시작되는 오래된 가게들은 묵은 옷을 걸쳐 입고 색이 바랜 채로 서 있다. 등산 장비를 진열한 아웃도어 가게부터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있는 도토리묵, 계란말이, 은박지 호일에 돌돌 말려있는 김밥이며 음식점마다 펼쳐진 그들의 좁은 매대에는 등산객을 유혹하는 먹거리가 자꾸 눈길을 끈다. 그리고 과일가게며 즐비하게 늘어선 가게 앞, 직접 심은 채소를 가지런히 내놓고 한쪽 수북하게 쌓여있는 다듬지 못한 채소를 마저 손질하랴 정리하랴 손 쉴 틈 없는 노점 할머니까지 펄떡이는 물고기의 생명력만큼 힘차고 강하게 느껴진다. 

난 가게들의 간판이며 손님을 맞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주인들의 움직임에 시선을 빼앗기며 발걸음마저 여유롭다. 그런 삶의 에너지가 전달되는 게 하루를 좀 더 힘차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밥이라 적혀있는 손글씨를 쓴 가게 앞을 지나칠 때 아주머니 한 분이 가게 안에서 나오더니 바쁘게 우리 앞을 잽싸게 가로질러 맞은편 가게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내가 김밥 하나 말아 올까?”      


‘김밥이라’     


귓가에 들려오는 김밥을 상상하니 식전인 난 군침이 목구멍부터 차올라왔다.     

평소엔 집 뒤로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곧바로 오르막길을 따라 운동이며 산책을 하게 되지만 가끔은 사람 냄새나는 이곳이 좋아 종종 찾게 된다.

딸과 나란히 걷다 보면 별것 아닌 것에도 웃음을 연발하기도 하고 고갤 들어 푸르른 하늘 저편도 감상하고 저 앞으로 펼쳐진 깊은 숲도 바라본다. 딸과 함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 딸아이의 얘기에 좀 더 공감해 주고 싶어 작은 귀가 자꾸 커진다. 그렇게 웃음이 나는 행복한 시간은 두 배 세 배가 되어 하루가 활기차게 시작되는 것 같다.      

우리가 다다른 곳은 국산 콩으로 직접 손두부를 만드는 가게다. 먼발치에서 한 번은 가 봐야지 하고 마음만 먹고 실천하지 못한 걸 이제야 실행하는 중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친절한 할머니의 미소가 우릴 반긴다. 오픈되어 있는 주방부터 가게 안이 너무 깔끔하고 정갈하여 손때 묻은 오랜 세월마저 모든 게 깔끔하게 윤이 나고 있었다. 


“세상에나, 어쩜 이렇게 깔끔하니?”


난 딸아이를 쳐다보며 대뜸 그렇게 내뱉었다. 딸아이도 그런 나의 말이 조금은 익살스럽고 재밌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으며 맞장구쳤다.


곧이어 주문한 콩비지랑 청국장이 나왔다. 반찬도 직접 재배한 것들이라 신선할 거라는 주인 할머니의 말씀에 열무 겉절이로 먼저 손이 갔다. 살짝 데쳐 고추장으로 약하게 간을 하여 맛이 씀 씀 하니 좋았다. 콩비지 한 입을 먹던 딸도 맛이 깔끔하고 고소하다며 좋아했는데 내용물은 정말 콩비지만 들어간 게 약간의 소금만 가미시킨 거라 더 깔끔한 콩 맛을 그대로 느꼈을 것 같다. 나도 따끈한 청국장을 한 입 가져가며 강하지 않은 맛이 좋았다. 그렇게 딸과 함께 건강하게 배를 채우니 가을의 풍요로움만큼이나 넉넉한 마음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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