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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스트 Oct 17. 2023

자연을 품으로

비자림은 그렇게 내게로 스며들어왔다.

먼 길 돌아 다시 찾은 제주의 공기는 신선했다.

네 명을 실은 하얀 자동차는 신나게 해변도로를 달리며 바다, 바람 그리고 푸른 자연 속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목적지는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비자림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짙은 초록의 힘을 안고 있는 곳

천년의 숲 비자림

무성하게 펼쳐진 초록의 세상

발을 내딛는 입구부터 상쾌했다.


‘화산 활동 시 화산 쇄설물로 알칼리성의 천연 세라믹이며 지하 천연자원인 붉은 화산 송이 길’로 만든 비자림 숲이 무척 인상 깊은 출발이었다.  

비자림은 다녀오면 올수록 오래도록 뇌리에 남게 되는 곳으로 이번 여행에서도 어김없이 남다른 자태로 사람 마음을 압도시켰다. 


초록 이끼를 휘감고 신령스러운 거목의 묵직함, 사방으로 꺾이듯 휘어지듯 길게 뻗은 나뭇가지는 오랜 세월의 역사를 그대로 안고 숲의 정령처럼 말을 걸어왔다. 신비로운 이 분위기를 어찌할까나. 잔잔한 숲 바람은 마음마저 맑게 정화시켜 주었다.     

 

‘킁킁, 맛이 너무 좋아!’     


숲을 걷다 보면 진은 귤 향기 같은 과일 향이 어디선가 올라온다. 바로 비자 열매의 향이다. 코로 밀려오는 달콤함. 행복의 맛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넌 정말 아낌없이 내어주는구나.’     


자연을 가까이하게 되면 느끼게 되는 이런 감정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발길이 닿을 때마다 진한 비자 열매 향이 코끝으로 전달되면 신비로움은 한층 배가 된다. 여기저기 콕콕 박혀있는 비자 열매에선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만큼 어김없이 그 향기를 내뿜고 난 그 향기를 오래도록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향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히 몸도 정신도 느린 리듬을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온전히 살아있는 초록의 영롱함을 만끽한다.      










들어가는 초입부터 빽빽하게 초록 물결을 이루고 있는 금실 좋은 부부 나무 ‘벼락 맞은 비자나무’가 보인다.     

‘연리목으로 약 백여 년 전인 20세기 초에 벼락을 맞아 수나무의 일부가 불에 탔지만, 다행히 암나무에는 불이 번지지 않아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한다.

이 비자나무는 나뭇가지가 울창하게 아래로 내리고 있고 나뭇잎이 무성하여 더 신령스럽게 보였다. 

숲길 안쪽으로 천천히 발길을 돌리면 비자 열매의 향이 점점 짙어진다. 마치 비자림이라는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숲의 맑은 기운, 내면에서 들려오는 생명의 언어, 그것은 향기, 색채, 기운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숲의 깊이란 이런 것일까? 



흠모하지 않을 수 없는 숲의 기운은 발길을 조금 더 느려지게 만들었다. 숲이 살아있다는 게 이런 거겠지, ‘저렇게 한 자리에 굳건히 박혀있는 나무도 사람의 인적이 느껴지지 않으면 이동을 하는 게 아닐는지.’ 하는 그런 엉뚱하고도 묘한 상상도 해 보았다.


 그 끝에 만난 비자림에서 둘레가 가장 굵은 새천년 비자나무는 800년을 지켜온 터줏대감답게 자태가 얼마나 웅장하고 위용이 대단한지 하늘도 가린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도 잠시 머문다.  











그리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엔 아프도록 애틋해 보이는 연리지 사랑 나무가 마주 보고 서 있다. 두 나무가 엉키어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왜 그리도 애틋해 보이든지 보는 이의 마음도 뭉클해졌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에 그런 마음이 더 깊이 머문 게 아닐까 한다.











시간이 멈춘 듯 느린 걸음 사이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숲 저편에서 들려온다. 걸음을 멈추고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새끼 노루인지 사슴인지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저만치서 먹이를 먹고 있었다. 깊은 자연 속에 있음을 다시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다시 가던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둥근 구멍이 보인다. 바로 빗물이 지하로 흘러 들어가는 구멍 숨골이다.      

강이 없는 제주에선 물이 가장 중요한 생활자원으로, 중산간 곳곳에 있는 숨골을 통해 지하로 스며든 빗물은 암석의 틈 사이를 통과하는 동안 점점 깨끗해지면서 ‘제주 삼다수’를 만들고 내부를 통과하는 공기는 암석의 틈 사이를 지나면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시원한 바람이,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 미기후를 만들어 종 다양성을 이룬다고 한다.     

숲을 돌아 나오며 자연이 지닌 생명력에 감탄하고 힐링을 마음껏 즐긴 시간에 감사하다. 자연이 주는 행복을 몸과 마음에 담을 수 있어서 더욱 값진 시간이었다.          




‘나무가 자라면서 서로 너무 가까이 자라면서 성장한 줄기가 맞닿아한 나무줄기로 합쳐져 자라는 현상. 비슷한 현상으로 연리지 현상이 있는데 연리지는 가지가 연결된 것이고 연리목은 나무줄기가 연결된 현상으로 모두 희귀한 현상으로 여겨지지만 서로 접붙이기가 가능한 나무끼리 연리가 가능하게 된다. 연리목은 두 남녀의 지극한 사랑에 비유되어 사랑 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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