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떠날 때부터 다시 돌아올걸 알았지
눈에 익은 이 자리 편히 쉴 수 있는 곳
많은 것을 찾아서 멀리만 떠났지
난 어디 서 있었는지
하늘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건 아니었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그대 그늘에서 지친 마음 아물게 해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 박정현,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가사 중 -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떠난 행위 그 자체보다는 돌아와서 변화를 느끼는 감각에 있다.
그렇기에 돌아올 곳이 있어야 여행이고, 떠남에 머무르면 방황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자리에 돌아왔을 때, 떠나기 전 보다 풍부해진 생각과 가지런한 태도로 세상과 나를 관찰할 수 있을 때야말로 그 여행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굳이 여름휴가를 떠나야 할까 했지만, 무엇보다도 쉼이 필요한 순간에 즉흥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필리핀의 작은 섬 막탄. 여행 일정이라곤 리조트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탁구를 치고, 하루 온종일 수영을 하고, 책을 읽는 것.
배고프면 식사를, 갈증이 날 즈음에는 물 대신 술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며 켜켜이 쌓아온 조급함과 긴장을 이완하는 것뿐이었다.
날씨, 음식, 사람들 모든 게 좋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나 사람이었다.
그 곳의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와 작은 스침이라도 있던 이들이 남긴 메시지가 있다.
주어진 삶에 하루하루 진심을 다하는 것. 유쾌한 그들의 삶의 방식, 남과 비교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일에 책임을 다하는 태도.
나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저울질하며 비교해 왔다. 입는 옷, 먹는 음식, 사는 곳, 직장…
비교로 돌아오는 것은 남들보다 잘났고 못났고에 대한 우월감이나 열등감이 아니었다.
왜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태도를 향한 부끄러움이었다.
주어진 삶이라는 것. 어떻게 보면 수동적인 단어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여행의 큰 수확으로 이 단어 대한 나만의 정의는 달라졌다.
주어진 삶이라는 것은 하루를 그저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태도로부터 최상의 선택을 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 그리하여 하루를 온전히 관장하는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유독 짧았지만, 생각의 지평을 넓히기에 충분했던 시간이었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떠난 행위 그 자체보다는 돌아와서 변화를 느끼는 감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