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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별 Toni Nov 01. 2023

이북 리더기로 영어 원서 쉽게 읽기

독서를 책임지는 만능 비서, 이북 리더기를 소개합니다

   시대에 뒤처진다고 할지라도 나는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한다. 스마트폰으로 웬만한 일을 다 해결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 대신에 메모용 종이에 장 볼 목록을 적는다. 달력을 출력하여 벽에 붙여 놓고 일정을 기재한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하고 책은 종이책으로 읽어야 한다. 이런 내가 촌스럽고 게으르고 느려터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딱히 불편한 게 없다. 가끔 원시인 보듯 쳐다보는 남편의 눈길이 귀찮을 뿐이다.


  시대의 낙오자인 내가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읽게 된 건 영어 공부 때문이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세우고 원서 읽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을 때였다. 처음에는 종이책으로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생소한 단어가 나오면 일일이 사전을 찾아봤다. 노트에 새로 익힌 단어와 그 단어가 포함된 문장을 빼곡하게 적어나갔다. 그러나 책 한 권을 완독하고 난 후 이 방식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영어 공부가 목적이긴 했으나, 책 읽는 재미 또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단어를 정리하는 작업이 너무 귀찮기도 하고 무엇보다 기록을 위해 자꾸 멈추다 보니 스토리에 제대로 몰입할 수 없었다.


  궁리 끝에 전자책을 읽기로 하고 아마존 킨들 제품을 구입했다. 킨들에는 사전 기능이 있어 단어를 클릭하면 단어의 뜻이 자동으로 뜬다. 평소 기계 욕심이 전혀 없는 나였지만 이때만큼은 그 당시 최고 사양이었던 킨들 오아시스를 구매했다. 얇고 가벼운 디자인의 킨들이 손에 착 감겼다. 이제 나도 영어책을 원 없이 읽겠다는 꿈에 부풀어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는데, 현재 그 킨들은 내 손을 떠나 남편에게 가 있다.


  킨들이 도착하고 책 몇 권을 읽기는 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문제는 책 선정이었다. 앞서 난이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지라, 나의 영어 수준에 적합한 아동용 책으로 시작했다. 킨들의 편리한 사전 기능을 활용하면서 책을 쉽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스토리가 시시하고 재미가 없었다. 편리하다고 좋아했던 킨들에도 불만이 살짝 생겨났다. 현재는 한영사전을 킨들에 넣을 방법이 알려졌지만, 그 당시에는 사전 기능이 킨들 자체 영영사전에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영한사전을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랐다. 단어의 뜻이 단어 위에 미리 표시되는 워드와이즈 기능도 유용하긴 했으나 좀 덜 똑똑한 것 같았다. 어려운 단어보다 쉬운 단어에 대한 표시가 더 많았다. 킨들과의 첫 만남에서 느꼈던 흥분과 기대가 시들시들해지면서 결국 서너 달 만에 원서 읽기를 포기해 버렸다.


  킨들을 다시 꺼낸 건 영어 북클럽에서 원서 읽기를 새로 시작하면서였다. 미국으로 이주 후 이 년가량 책을 읽지 않은 상태였던지라 아무 책이라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던 때였다. 북클럽에서 나의 흥미를 돋우는 성인용 원서를 선택하여 멤버들과 함께 읽어 나갔다. 킨들에 한영사전도 추가했다. 드디어 킨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달 원서를 읽다 보니 한국어책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몇 년 사이 이북 리더기 시장이 성장했는지, 독보적이었던 아마존 킨들 외에도 이북 리더기에 대한 선택권이 다양해졌다. 이북 리더기의 환경이 스마트폰과 다를 게 없었다. 이북 리더기로 다양한 앱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러 전자책 앱을 통해 원서는 물론 한국어책을 읽는 게 가능해졌고,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웹 검색도 가능했다. 이런 탁월한 이북 리더기의 기능을 알게 되면서 다시 이북 리더기에 거금을 투자했다. 내가 구매한 제품은 오닉스 노바 3이다. 킨들 오아시스에 비하면 투박하고 촌스럽다. 그러나 7.8인치의 큰 화면이 만족스럽다. 노트 기능도 있고, 드로잉도 가능한데 기계치인 나는 오로지 책 읽는 기능만 활용하고 있다. 현재 이 기계로 원서를 읽는 것은 물론 한국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원서 읽기를 지속하게 하는 중요한 장치 중 하나가 내게는 이북 리더기이다. 종이책이 미치도록 그리운 아날로그형 인간이지만 전자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첫째, 사전 기능의 신속함이다. 단어만 클릭하면 뜻이 바로 뜬다. 현재 세 종류의 영한사전을 설치하여 번갈아 가며 사용 중이다. 둘째, 번역 기능이다. 문장을 드래그하면 번역기가 자동으로 뜬다. 픽션 장르에서는 번역이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지만, 논픽션 장르에서는 번역기가 큰 도움이 된다. 셋째, 글자 크기 조정이 가능하다. 양쪽 눈의 시력 차이로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나에게는 원서 읽기를 방해하는 주범이 바로 종이책의 깨알 같은 글자였다. 이북 리더기로는 원하는 만큼 글자 크기를 키울 수 있다. 넷째, 잉크 방식인 이북 리더기로 전자책을 읽으면 시력 보호에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도 전자책을 읽을 수 있지만 눈에 무리가 간다.  다섯째, 하이라이트 기능으로 좋아하는 문장을 별도로 저장할 수 있다. 여섯째, 보관이 수월하다. 구입하여 저장한 책은 언제, 어디에서나 간편하게 꺼내 읽을 수 있다. 일곱째, 책 읽어 주기 기능이 있다. 기계가 읽어주기 때문에 부자연스럽지만, 집안일을 할 때 종종 이 기능을 활용하여 오디오북처럼 듣는다.


  한마디로 이북 리더기로 전자책을 읽는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다. 그러나 편리함 때문에 포기한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무척 그리울 때가 있다. 연필로 밑줄을 그을 때 손가락에 와 닿는 책의 촉감, 연필이 눌러질 때의 강도, 사각거리는 소리가 그립다. 맘에 드는 문단을 발견하고 책장을 고이 접던 순간이 그립다. 책장을 후루룩 넘겨 원하는 페이지로 이동하던 순간이 그립다. 책 냄새가 그립다. 종이 끝에 스쳐 피가 나던 순간마저 그립다. 이런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빠져서인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책과는 달리 전자책으로는 소유와 애착의 기쁨을  느낄 수 없다. 또한 전자책 독서의 가장  불편한 점은 원하는 페이지로 한 번에 이동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별도의 발췌 목록으로 가서 저장해놓은 문장을 클릭해야 원하는 페이지 이동이 가능하다.


  이북 리더기의 기능을 활용하려고 사실 부단히 자료를 검색하면서 헤맸다. 한영사전 넣는 법을 터득하느라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것저것 예시를 따라 해야 했다. 파일을 외부로 보내는 법을 알아내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여전히 몰라서 쓰지 않는 기능이 넘쳐난다. 이럴 때면 이북리더기와 스마트폰으로 책 읽는 걸 선호하며 어렵게만 여겨지는 기능을 재빠르게 익히고 활용하는 사람들이 무척 부럽다. 드로잉과 필기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강의를 듣는 용으로 이북리더기를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원서 읽기를 가능하게 해준 이북리더기와 전자책이 있어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마음은 여전히 종이책에 가 있다. 손때를 묻혀가며 책장을 넘기는 대신 엉거주춤 어쩔 수 없이 전자책을 읽을 때면 가끔 처량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처럼 게으르거나 영어 어휘력이 높지 않다면 전자책과 이북 리더기는  꼭 붙잡아야 할 동아줄이다. 원서 읽기를 꾸준히 하고 싶다면 아날로그 감수성을 잠시 접고 전자책에 마음을 조금만 열어 보자. 원서라는 놀라운 세상에 조금은 쉽게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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