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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육복근 Jul 28. 2024

'파워 여름'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인가의 시간, 두 달이 말 그대로 ‘순삭’됐습니다. 요일도 모른 채, 주말을 얼떨결에 맞은 것이 여러 번입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는 중요하지 않고요, 몇일인지, 그리고 어제 무슨 일이 있었고, 오늘 이러저러한 아이템을 준비해야지, 그리고 내일은 어떤 것들을 준비해봅시다 하고, 생각을 굴리다 보면, 맞이하는 것이 또 다음 날입니다. 인터뷰를 하고, 취재를 하며 기사를 쓰고, 반응까지 지켜보다 항상 밤과 새벽을 조우했습니다. 요 몇 달간은 앞으로도 회상할 만큼, 꽤 몰입해서 일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상당히 큰 이슈가 있었습니다. 대형 연예기획사와 자회사 대표간의 분쟁, 그리고 그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가처분 결정 인용, 인기 가수 장인의 주가조작 혐의 대법원 판결, 지난 시즌 MVP 인기 스포츠스타의 전 연인 임신중절 사건, 그리고 사이버렉카로 불리는 유튜버들의 먹방 유튜버 공갈 사건, 그 먹방 유튜버의 사생활 거짓 해명 의혹까지, 끊임없는 대형 이슈 속에 파묻혀 있었던 요 몇 달이었습니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회사가 참여하는 해외 콘서트 섭외 업무까지 하고 있었으니, 여유라는 건 챙길 수도 없었던 때인 것도 같습니다.     


선악 구조가 명확했던 사건도, 아닌 사건도 있습니다. 항상 그렇듯, 진실의 싸움은 49와 51의 싸움일 때가 있습니다. 세상사가 그리 간단하지 않듯, 우리가 접하는 사건사고도 그러합니다. 인간군상이 얽히고 섥혀있고, 선한 인물도 악한 행동을 하고, 악한 인물도 선한 행동을 합니다. 연인간의 단 둘의 문제도, 서로 해석이 다른데 섞여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많아지면 사건은 또 복잡해집니다. 서로 싸우고, 배신하고, 속이고, 다시 화해합니다. 많아야 A4 2~3장 짜리에 기사에는 이러한 것들을 다 담을 수가 없고, 기사는 또 단순명료해야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인간군상이라는 건 또 그렇지가 않거든요.     


이어지는 폭풍 속에 소나기를 흠뻑 맞은 느낌입니다. 조금이나마 날씨가 개일 것 같으면, 햇볕은 잠시, 다시 폭우가 내립니다. 날씨도 변덕스럽고, 세상도 변덕스럽습니다. 인간들은 더 하지요. 때대론 도파민의 중독 속에,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의 기분처럼, 타이밍을 포착하는 사진가처럼 세상의 변덕 속에서 단순하게 버텼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또 몇 달이 흘러버렸군요. 하루하루 긴박했고, 스펙타클한 여름이었습니다.


계획했던 것, 마음 먹었던 것, 개개인의 계획은 대부분 나가리지 뭐. 안했습니다. 아니 못했습니다. 하고 싶었던 것들이 몇 개인가 있었는데,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아니 정말로 뭐였지. 장점인지 장점인지 헷갈리지만, 인간관계도 심플해졌습니다. 일상이 바쁘니 뭐 타인들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죠. 하루에 수십 통의 피곤한 전화를 돌리다보면, 그날 하루 타인들의 연락을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지칩니다. 그러다보니 연을 굳이 잇고 싶지 않은 인간들의 연락은 모두 회피, 대면대면한 인간들도 대면대면하게 스킵, 인간관계가 소수정예로 단단히 좁혀졌습니다. 이건 아주 마음에 드네요.      


장마철이 지났음을 느낍니다. 습한 밤공기도 선선한 바람으로 바뀌겠지요. 여유를 잃지 맙시다. 행복의 나라에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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