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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글과 Feb 22. 2024

‘대박’과 ‘쪽박’의 간극

고백하건데, '부업'을 한다.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틈틈히 '소일거리'가 들어온다. 거액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의외로 또 쏠쏠하게 들어오는 정도는 된다. 그 일도 지인의 소개를 받아 진행하게된 '소일거리'였다. 지인의 지인이 독립출판사를 운영 중이었는데 새 책에 들어갈 저자 사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익숙한 일이었다. 스케줄을 확인하고 촬영 날짜를 잡았다.


저자의 사무실에서 만난 저자는 무뚝뚝했다. 사람을 상대하고 말을 하는 직업이었는데 이상하리만큼 무뚝뚝했다. 사무실 공기도, 저자도 매우 건조하게 느껴졌다. 말수가 적거나 소극적인 사람을 상대로 사진을 찍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적인 모델이 아니라면 신속하게 찍는 것이 상책이다. 상대방이 쉽게 지치기 때문이다. 사무실에는 출판사대표도 함께했다. '독립'출판사였기에 경리도 편집자도 대표도 모두 자신이었다. 나는 최대한 짧은 시간을 쥐어짜네 결과물을 건졌고 다행히 대표도, 저자도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온 듯했다.


짧은 시간의 식사 자리가 있었다. 건조한 느낌의 저자, 친하지 않은 출판사대표, 이렇게 셋이 함께했던 식사자리 또한 삭막했다. 그저 의례적인 대화를 하다, 그리고 서로의 건승을 빌며 헤어졌다. 저자는 따뜻한 사람인 것 같았다. 그게 다였다.


얼마 뒤 대표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진 촬용 비용은 출간하는 책의 인세로 나누실 건지요. 아니면 비용으로 받으실건가요?" 그 말은 출판사 사정이 좋지 않으니 최대한 인세로 나눠달라는 부탁과도 같았다. 하지만 나는 웃으며 "비용으로 주세요"라고 답했다. 대표에겐 미안했지만, 그 또한 내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다. 단지 그것을 말했을 뿐. 비용은 깔끔하게 처리됐고, 시간은 다시 흘렀다.


그 책을 본 건은 어느 대형서점의 가장 메인자리에서였다. 분야별 베스트셀러가 아닌 모든 책의 베스트셀러 최상단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었다. 책을 펴봤다. 어디 구석에 '저자사진'과 함께 내 이름이 있었다. 아 저는 괜찮습니다. 잠시 눈이 희둥그레해졌을 뿐입니다.


그 책은 오래오래 보였다. 반 년만에 50쇄를 넘었고 일년만에 100쇄를 돌파했다. 무시무시한 속도였다. 책 하나가 대박나면 로또와 같은 효과라고, 그래서 독립출판사를 여기저기 설립하다 누군가는 대박이 난다고 하더니, 아니 내가 지금 그걸 실물로 본 것입니까. 급기야 그 책은 이제 스테디셀러로 분류됐다.


저자 또한 여기저기 방송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았다.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건조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미려해진 말솜씨로 청중의 귀를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다. 아 이것이 상업의 힘이구나.


대표의 소식도 건너 들었다. 소문의 '대박 로또'와 같은 수식어는 모두 사실이었다. 그의 취미는 해외여행이 됐고 건물에 투자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 대표는 지인에게 내 안부를 물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영광입니다.


비용처리를 위해 그 대표로부터 전화가 온 때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속이 쓰릴 뿐, 뒷통수가 얼얼할 뿐, 골머리가 당길 뿐, 손이 저릴 뿐, 안절부절 못할 뿐, 갑자기 어느 날 말수가 적어졌을 뿐, 머리카락을 쥐어뜯은 적이 있을 뿐, 목덜미가 저릴 뿐, 가슴이 답답할 뿐, 그 뿐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미래를 보는 눈이 없다. 혜안을 가지긴 어려운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앞으로도 알수 없을 예정이다. 오늘도 느긋하게 잠을 청하다 이불을 발로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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