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심는 유대감
글이란 백지에 부지런히 나를 심는 과정 같다.
글을 읽으며 글쓴이를 본다. 한 줄 한 줄 좁혀지는 거리를 본다.
여전히 우리는 만난 적도, 만날 일도 없지만.
내가 누군가의 글을 읽은 것인지 누군가를 만난 것인지 구별이 어려울 만큼 나 역시 글에 담긴 나를 들키는 과정을 반복하며 글을 써간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그리고 내일의 내가 문자로 남는다.
그것은 한낮의 고백처럼 때론 민망하지만 망설임은 두지 않는다.
마치 서로를 읽어가는 페어플레이 같다.
본래 나는 관계의 확장을 즐기지 않는 유형이라 오히려 그것을 불편하게 여겨왔다.
내가 가진 현재에 깊이만 추구해 갈 뿐이었다.
그럼에도 글로 가까워지는 이곳의 유대감을 즐기고 있다.
우연히 만난 글에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반하거나 글쓴이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그렇다.
작가가 좋은 사람일 거라는 인상 역시 소중한 경험이다.
얼굴도 통성명도 필요치 않은 관계의 단순함에 순수를 느낀다.
글이 가진 용기의 속성에도.
서로의 쓰기를 응원하는 마음에도.
그래서인지 한동안 소식이 뜸한 이웃의 경우,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하는 걱정이 든다.
이 걱정이 진심이라 이 관계에 놀라기도 하며.
누군가 나를 읽는다. 내가 누군가를 읽는다.
어느덧 서로가 말없이 정답다.
글로 만나요 우리
*이미지 출처: Pexel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