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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Nov 03. 2023

사랑이 살린다

확고한 사랑의 기적

세계의 전쟁을 보며, 독단이 휘두르는 포악을 본다.

무고한 죽음들이 무력해 슬프다.  

이성도 이념도 없는 싸움 끝에는 무엇이 남을까.

중동, 서방국가들의 눈치 싸움에 인질을 볼모로 선제에 나선 하마스가 수세에 몰린 거란 전망도 들리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은 휴전은 없다고 불을 지핀다.

자유도, 생명도 우위에 없는 허위의 당위성뿐이다.

가족과 집의 온기가 지구 저 편이 꿈꾸는 기적일 거란 생각에 그저 이 무모한 고통이 멈추길 바라며 질끈 눈을 감는다. 그러다 만난 다큐멘터리 하나.

그녀의 생각과 인생에 다른 계절을 만난다.


여주에서 여백서원을 운영 중인 전영애 교수는 괴테 연구가이자 독문학자이다.

이곳을 찾는 이들의 쉼에 내어줄 공간을 여백처럼 남겨둔 책의 집.

여백서원은 언젠가 엄마와 함께 찾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괴테를 연구하며 삶의 길과 지혜를 터득한 전영애 교수는 자신이 믿고 있는 사랑의 힘을 몸소 발하고 있었다. 삶과 사람에 있어 나와 다름을 이해하고, 지극한 관심을 갖게 되는 그것, '사랑'이었다.

이미지 출처: SBS Biz 날리지 knowledge '토크멘터리 전영애 편' 중

그녀는 올바른 목적에 이르는 길은 그 어느 구간에서든 바르다 말한다.

그렇기에 말한다.

바르게 행하려는 자 가슴에 진정한 사랑을 품어라


다큐를 보며 메모장에 기억에 남는 말들을 부지런히 타이핑하던 중, 헛발을 차듯 '삶'이 연신 '사람'으로 오타가 난다.

표기를 고치며 문득 생각한다.

'삶'이 곧 '사람'이고, 사람답게 산다는 건 '사랑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 아닐까.

괴테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81세의 나이로 남긴

Lieben belebt

'사랑이 살린다'는 문구처럼.


어려워도 꾸준히 바르게 걸어간 길은 잘못되지 않는 법.

사랑이 만드는 여러 모양의 기적을 보아왔다.

그녀의 사랑이 저 멀리 전해져 온 지구가 바른 길을 가게 되길.

'함께 사는' 지혜에 조금씩 닿게 되길.

사랑이 빠진 정의는 독선에 불과하다는 그녀의 말처럼 세상의 모든 전쟁과 다툼에 손톱만큼의 사랑이라도 번져 이 전쟁의 끝이 오길 바라본다.


내가 있는 가을에 촉촉이 봄비가 내린 기분이 든다.

아마도 이 역시 사랑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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