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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Dec 14. 2023

소리의 컬러

평화로운 그린

명상 앱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그린 노이즈(Green noise)'.

맥락처럼 '하얀 거짓말'이 떠올랐다.

귀에 가장 편안한 진동수로 '빗방울, 파도, 나뭇잎이 스치는 자연의 소리'가 해당한다 되어 있다.  

더불어 '화이트, 브라운, 핑크, 그린, 블루, 퍼플, 레드, 오렌지, 벨벳, 그레이, 블랙...'

소음 앞에 공감각적으로 깔린 수식들을 음미한다.

마음처럼 소음도 색깔이 있구나.

다채로운 이름들을 따라 소리를 연상해 본다.

청각 연구소장인 커닝햄 박사는 한 가지 소리를 열심히 듣거나 호흡에 집중하는 것을 뇌의 해방에 비유했는데, 요가 수업과 결을 같이하는 느낌이 들었다.


창에 '그린 노이즈(Green noise)'를 검색하니 다양한 곡들이 쏟아진다.

다른 듯 닮은 평화의 컬러를 섭렵하며, 무해한 초대를 받는다.

바다와 숲을 오가며 친근한 나의 유희 하나를 떠올린다.


적당히 차갑고 쾌청한 온도, 비(雨)가 재료인 나의 놀이는 제격인 계절이 있다.

이른 봄 또는 늦가을의 비 소식.

기다렸다는 듯 침대 머리맡 창문을 열고, 이불은 목까지 덮는다.  

행복 넘치도록 몸은 포근하고, 차가운 공기를 마시는 유일은 얼굴이다.

비 내리는 소리와 시원 달달한 공기만이 얼굴에 내려와 앉는다.

눈을 감고 있노라면, 비 내리는 숲 언저리에 텐트를 치고 누워 있는 듯한, 눈 내리는 일본의 어느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설산을 바라보는 나로 분한다.

말랑해진 마음은 부러울 것이 없다.  


여러 감각의 초록을 연달아 들으며, 바다로, 숲으로, 냇가로 바지런히 골라 다닌다.

입맛대로 골라 차린 식탁처럼 다음 곡이 흐르고, 나는 다시 눈을 감는다.

비 내리는 숲에 이윽고 당도한다.

빗소리, 물소리, 간간이 들리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귀를 채우고, 젖은 흙내음과 나무, 이끼 냄새가 진동한다.

자연의 인기척을 따라 살포시 스며드는 마음의 초록.



★추천 BGM 

마지막 곡은 알고리즘을 따라 만나게 된 곡. 잔잔한 이미지를 따라 음악에 스며드는 묘미가 있다.

Quiet  your mind by Vontmer (출처: Vontmer Youtube)
Forest Sounds l Woodland Ambience, Bird song (출처: The Guild of Ambience Youtube)
Green Noise - Calm Rain (출처: Worldwide Nature Studios)
Flowers - in love with a ghost (출처: Curie Lu)


*대문 이미지 출처: 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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