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15.] 충만한 본능과 <오늘부터 우리는>
이 역시 취향이겠지만 일명 막장 드라마나 19금 유머의 병맛 서양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유독 B급 영화에 단서가 길어진 건 이것이 조건부이기 때문이다.
나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오늘부터 우리는'은 만화가 원작인 병맛 드라마다.
그러나 스토리가 내게 준 감동은 외강내유의 순정에 가까웠다.
발차기와 주먹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눈을 감지 않아도 되는 순한 맛을 보았는데, 계산 없이 마이웨이를 가는 충만한 본능들에게서 사랑스러움마저 느껴버렸다.
무늬만 보면 날라리의 치기 어린 패권 다툼 같지만 뜯어보면 이치는 단순하고 순수하다.
오늘부터 날라리가 된 그들에게 '날라리'란 힘자랑 이상의 자아 같은 것.
알량해 보여도 퍽 진실한 마음이 담긴 무형의 부심이었다.
여자는 괴롭히지 않는다든가 친구를 돕는다와 같은 그들만의 정절도 살아있다.
공동의 연유가 있는 그들의 싸움을 뜨겁게 응원하게 되는 대목이다.
주 배경은 학원물이나, 함께 부대끼는 다양한 군상의 어른들 역시 지지 않고 웃음을 제공한다. 정상의 범주를 비껴간 개성 강한 인물들의 일상에 감칠맛은 배가되는데, 이들의 약점은 단순히 희회화로 그치지 않는다.
숨어있던 치졸한 비겁이나 두려움이 여실 없이 드러난 어른의 바닥에 같이 웃다가 연민을 갖게 된다.
학생 교사 할 거 없이 치부를 드러내는 약강강약과 호가호위의 비겁도 달리 보면 연민이다.
그럼에도 숨 쉴 틈 없이 등장하는 과장된 웃음은 단순히 모자람에서 오지 않는다.
그들은 대체로 진실하고 진지하니까.
때론 어수룩이 누워 바라보는 세상이 더 멋져 보이듯 가슴으로 통하는 가볍고 큰 웃음이 필요한 세상이다.
아니 어쩌면 나는 일본 특유의 싱거운 웃음을 조건 없이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도..
그들이 철들지 않길 바란다.
지속해서 뜨겁고 싱겁기를 바란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