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성윤 Jul 17. 2022

'파친코' 라는 절묘한 제목에 대하여

협찬없는 고교야구와 현금없는 파친코의 공통점

화제의 작품 '파친코' 에서 선자 어머니가 쌀을 사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눈물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우리 딸 시집갑니다. 얼마 후 신랑따라 일본 갑니다. 뭐 형편은 안되고 쌀맛이라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라는 선자 어머니의 말에 미곡상에선 조선인에게 팔아서는 안되는 쌀 세홉을 주고, 어머니는 정성스럽게 밥을 짓는다. 이 작품의 제목인 파친코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교포들의 삶을 한 단어로 압축한 절묘한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의 직업을 갖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인들이 기피하는 고위험 사업인 도박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파친코가 일본의 국민 오락이 되었다는 것은 굉장히 역설적이다. 지금은 조금 변화가 있지만 한때는 파친코의 80% 정도를 재일 교포들이 운영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실제 일본에는 어느 곳에서도 쉽게 파친코를 발견할 수 있고, 일본의 남녀노소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국민 오락이 되었으며, 재일교포 파친코 재벌까지 탄생하게 되었다. 재일 조선인들의 삶을 묘사했던 영화 '박치기'의 '박치기'가 일본인들을 상대로한 저항의 한 형태였다면 '파친코'는 고위험을 감수한 모험의 상징이며 결과적으로 일본의 국민 오락으로 뿌리내리게 된 성공적인 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파친코가 일본의 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발간한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100년 역사의 고교야구로 본 일본의 빛과 그림자' 에서 '협찬없는 고교야구와 현금없는 파친코의 공통점' 이라는 주제로 다룬 바 있는데, 그 부분을 잠시 소개하려고 한다. 파친코는 카지노와 달리 잭팟이 터지더라도 현금을 주지 않는다. 구슬을 경품과 교환하게 되는데 대부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물건이고 경품을 갖기위해 파친코를 하는 사람은 없다. 파친코 가게에서 현금을 주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친코 가게를 나오면 대부분 후문 쪽에 반드시 현금 교환소가 있고, 이곳에서 현금과 바꿀 수 있다. 파친코에서 경품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단속은 하지 않는다. 일본식 편법의 상징이 바로 파친코인 셈이다. 일본 고교야구 에서도 학생들에게 야구 용품 무상 제공이 금지되어 있지만, 염가 제공이라는 편법은 존재한다. 정가의 10% 가격에 글러브를 제공한다면 분명 무상 제공 금지에 위반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국민 오락인 파친코는 법에는 저촉되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이같은 편법의 상징이기도 한 것이다. 재일 교포를 상징하는 말이자 일본의 편법 문화를 나타내는 단어인 파친코는 재일 한국인을 다룬 드라마의 제목으로 모든 면에서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다음번 책은 '파친코' 같은 훌륭한 제목을 짓고 싶다는 더욱 간절한 마음을 갖게 된다.

#파친코#청춘여름꿈의무대고시엔#일본

작가의 이전글 영화 '브로커'-고레에다 월드의 스포츠 장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