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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윤 Jul 27. 2022

교토 국제고-코로나 좌절 딛고 꿈의 고시엔 진출

-일본 여름의 최고 축제에 울려 퍼지는 한국어 교가

한국계 고등학교인 교토 국제고가 교토 대회 결승전에서 고시엔 3회 우승에 빛나는 교토 지역 최고 명문교 류고쿠다이헤이안 고를 6대 1로 물리치고 교토 지역 우승을 차지하며, 2년 연속 고시엔 본선 무대를 밟게 되었다. 교토 국제고는 봄 고시엔 대회에서 우승 후보로 주목받았지만 대회 개막 하루 전 10명의 넘는 선수가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대회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교토 국제고의 대타로 출전했던 학교가 봄 고시엔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교토 국제고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여기에 에이스이자 4번 타자인 모리시타가 코로나 후유증으로 제대로 된 훈련조차 하지 못해 이번 교토 대회 전망은 불투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토 국제고는 탄탄한 선수층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우승을 차지했다. 4강까지는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고, 4강과 결승전 모두 선취점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중반 이후 집중력 대결에서 앞서면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에이스 모리시타는 4강전 7회에 처음 등판했지만 이제 코로나 후유증과 실전 경험 공백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줬고, 열흘 뒤 개막하는 고시엔 본선에서는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올 기대감을 갖게 한다. 2번째 투수인 모리타를 비롯해서 3-4명의 괜찮은 투수를 보유하고 있는 교토 국제고는 고시엔 본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게 한다. 


지난해 여름 고시엔 본선 무대를 경험한 선수들이 많다는 것은 교토 국제고의 큰 재산이 될 것이다. 또한 봄 고시엔 대회 하루 전 눈물을 머금고 대회 출전을 포기했던 경험 역시 이번 대회에 더욱 간절한 자세로 나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교토 국제고 감독의 용병술도 뛰어나다. 정해진 틀에 맞춰서 작전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1 아웃에서도 번트를, 그것도 필요하면 쓰리 번트까지 대기도 하고, 무사 1,2루에서 누구나 번트를 댈 것이라 생각한 상황에서 강공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번 교토 대회를 통해서 보면 투수 교체 타이밍도  아주 적절한 편이다. 에이스 모리시타와 모리타를 비롯해서 좋은 투수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대진운이 조금 뒷받침된다면 지난해 거둔 4강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다. 



잘 알려진 대로 여름 고시엔 본선 무대에서는 2번의 교가 제창 시간이 있다. 2회에 한번, 그리고 승리팀의 교가가 울려 퍼진다. 교토 국제고는 한국계 학교로 한국어로 된 교가를 부른다. 일본 여름 최대의 축제인 고시엔 대회에서 전국방송을 통해 한국어 교가가 흘러나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고시엔의 야구의 축제를 넘어 일본 47개 도도부현의 대표들이 출전하는 작은 국가대항전에 해당한다. 일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최고의 무대에서 올림픽에서 애국가가 울리는 것과 비슷하게 한국어로 된 교토 국제고의 교가가 울려 퍼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3월 발간한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 '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시엔 대회는 3번에 걸쳐 조추첨을 하기에 운도 조금 따라줘야 한다. 또한 가위바위보를 거쳐 선공 후공을 정하는 만큼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말 공격을 자주 하게 되면 분명 유리한 측면이 있다. 


고시엔 대회는 아무리 심판 판정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와도 항의할 수 없고, 감독 대신 전령이 마운드에 올라 감독의 지시를 전달한다. 1루에는 무조건 슬라이딩을 하는 것에서 나타나듯 한 번의 승부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이 고시엔이다. 여름 고시엔 본선에서 지는 순간이 3학년 선수들에게는 은퇴의 무대이기도 하다. 프로에 진출하는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면 고시엔이 은퇴 시합이 되는 것이다. 패한 선수들은 고시엔의 흙을 담아간다. 물론 뜨거운 일본 여름의 태양 아래 혹사 논란 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야구 소년들의 아름다운 드라마는 낭만과 감동을 선사하는데 그 무대에 한국계 학교가 선다는 것은 더욱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100년이 넘는 전통을 쌓아온 고시엔 무대, 그 드라마가 8월 6일부터 시작된다. 한국계 학교인 교토 국제고가 주연이 된다면 야구를 뛰어넘어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오랜 기간 여름 고시엔 대회를 지켜봤지만 2022년 여름은 가장 특별한 꿈의 무대 고시엔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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